2026.10.14 (수)

  • 맑음동두천 10.1℃
  • 맑음강릉 13.1℃
  • 맑음서울 10.4℃
  • 맑음대전 10.9℃
  • 맑음대구 14.5℃
  • 맑음울산 14.6℃
  • 맑음광주 15.1℃
  • 맑음부산 15.4℃
  • 맑음고창 14.4℃
  • 맑음제주 18.7℃
  • 맑음강화 7.2℃
  • 맑음보은 10.4℃
  • 맑음금산 11.4℃
  • 맑음강진군 15.8℃
  • 맑음경주시 14.7℃
  • 맑음거제 15.9℃
기상청 제공

공간·건축

[공간사회학] 낡은 밧줄 더미가 19억원짜리 예술작품?…英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예술시장 도발과 환경 메시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영국 현대미술계의 터너상 후보 작가 데이비드 슈리글리가 런던 스티븐 프리드먼 갤러리에서 “Exhibition of Old Rope”를 선보이며 10톤에 달하는 낡은 밧줄 더미 작품에 100만 파운드(약 130만 달러)의 가격표를 붙였다.

 

Art News, Wallpaper, ITV News, Art Basel & UBS Art Market Report, Sotheby's, SayArt, Artsy에 따르면, 이날 전시는 영국 곳곳의 항구, 암벽 등반 센터, 해상 풍력 발전소 등에서 7개월간 수집한 합성 폴리에스터 및 나일론 소재의 중고 밧줄을 모아 설치한 대규모 작품이다.

 

“money for old rope(헐값에 돈 번다)”라는 영어 관용구를 직설적으로 시각화해 현대 미술시장의 가치 기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갤러리에 설치된 주황색 네온사인은 상업적 간판을 연상시키면서도 기존 미술 전시 공간의 고전적 미학을 해체한다.​

 

슈리글리는 작품 가격 책정을 “도발이자 정당화”라고 평가하며, 무게 단위 가격 기준으로는 “꽤 좋은 가치”라고 말했다. 수집가들은 대부분 100만 파운드어치의 다른 예술작품을 소장하지 못하겠지만, 10톤의 밧줄은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라는 평가다.

 

갤러리 측은 이 작품이 개인, 공공기관, 재단 어느 쪽 소장처로도 갈 수 있다며 좋은 보금자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시는 2024년 11월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 달러에 낙찰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덕트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조각 ‘코미디언’과 대비되면서, 같은 시기 글로벌 미술시장 변화 속에서 예술 가치의 상대성을 부각시킨다.

 

 

아트 바젤과 UBS가 발행한 2025년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은 약 575억 달러로 1년 전 대비 12% 하락했으며, 거래 건수는 3% 증가해 미술 거래 양극화와 디지털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미국은 전체 시장의 45%를 차지하며 선두를 지켰고, 영국이 18%로 2위, 중국이 17%로 3위를 차지했다.​

 

환경적 맥락도 이 작품의 중요한 측면이다. 슈리글리가 수집한 밧줄은 주로 재활용이 어려운 합성소재로, 매년 전 세계 해양에 약 64만톤의 폐어구와 밧줄이 버려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밧줄은 그의 브라이튼 작업실에서 세척·처리되어 전시장에 설치됐다.

 

슈리글리는 “이 전시는 예술에 부여되는 가치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고, 헌 밧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관용구를 실험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슈리글리는 이전에도 2016년 런던 제4플린스에 높이 7미터의 청동 엄지척 조각 ‘Really Good’을 설치하는 등 미술계에서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사회와 예술 시장을 통찰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12월 20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이처럼 슈리글리의 ‘Exhibition of Old Rope’는 전통적 가치 판단에 대한 도전이며, 미술품의 가격 결정과 예술 개념을 재검토하게 하는 사회문화적 담론을 자극한다. 글로벌 미술시장이 점진적 재편기에 접어든 가운데, 그의 작업은 예술과 경제의 경계를 묻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7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랭킹연구소] 도쿄 제친 서울, ‘세계 1위’의 비밀은 골목에 있었다…콘데나스트 트래블러, 서울>도쿄>프놈펜>상하이>시드니 順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서울이 도쿄를 제치고 여행 전문지 독자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대도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5위에서 올해 1위로 네 계단 뛰었다. 같은 시기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도시’ 3위에, 종로3가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도시의 경쟁력과 주민의 환대, 골목의 매력이 서로 다른 평가에서 나란히 주목받았다. 다만 이들 순위는 조사 대상과 선정 방식이 다르다. 숫자를 합쳐 하나의 종합 성적표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 79만8867표가 만든 순위…서울에 몰린 표는 아니다 미국 여행 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는 10월 6일 현지시간 ‘2026 리더스 초이스 어워즈’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8일 서울이 ‘최고의 대도시’ 부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이어 도쿄가 2위, 프놈펜이 3위, 상하이가 4위, 시드니가 5위를 기록했다. 파리는 7위, 싱가포르는 9위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울과 도쿄의 자리바꿈이다. 서울은 지난해 5위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2024년과 2025년 연속 1위였던 도쿄는 2위로 내려갔다. 도쿄는 이 평가에서 일곱 차례 정상에 올랐던 도시다. 서울의 첫

[공간사회학] AI 기업이 강남에 카페를 연 이유…퍼플렉시티 ‘큐리어스’, 질문을 도시의 일상으로 옮기다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AI 기업이 카페를 열었다. 커피를 내려주는 로봇을 선보이려는 것도, 무인 주문 기술을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다. 퍼플렉시티가 서울 강남에 마련한 ‘카페 큐리어스’의 핵심 상품은 커피보다 질문에 가깝다. 사람들이 이미 익숙한 공간에 들어와 쉬고 이야기하는 동안, AI를 한 번 써보도록 만드는 장소다. 퍼플렉시티는 2025년 9월 3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큐리어스를 열었다. 파트너사인 아티스트컴퍼니 사옥의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사용하는 2개 층 매장이다. 퍼플렉시티가 세계에서 처음 마련한 상설 카페다. 회사는 ‘AI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세계 최초 카페’라고 소개했다. 이 공간을 이해하는 열쇠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익숙함이다. 이용자가 AI를 찾아가는 대신, AI가 이용자의 커피 시간으로 들어왔다. 기술을 앞세우지 않는 기술 기업의 매장 큐리어스는 첫눈에 AI 전시장처럼 보이지 않는다. 외관은 유리문과 어두운 석재 벽, 작은 입간판으로 구성됐다. 퍼플렉시티 로고나 AI를 강조하는 문구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1층에서는 커피를 주문하고 브랜드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사람들이 대화하거나 노트북으로 일하는 모습도 여느 카페와

[공간사회학] 50년 달린 잠수교, 보행전용교 변신…‘795m 한강 거실’의 실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잠수교에서 자동차가 사라진다. 1976년 개통 이후 50년 만이다. 한강 남북을 연결하던 차량 통행로는 강 위를 걷고 머무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자동차를 걷어내는 데만 있지 않다. 얼마나 빨리 건너느냐로 평가받던 다리를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느냐로 평가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있다. 서울시는 10월 26일 0시부터 잠수교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2027년 8월까지 보행데크 확장과 포장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차로 두 개를 비운 뒤 18년, 다리 전체를 사람에게 잠수교의 보행화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아니다. 서울시는 2008년 기존 왕복 4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으로 바꿨다. 이후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통해 일정 시간 차량을 막고 다리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이번 조치는 부분적인 보행공간 확보와 일시적인 차량 통제를 상시적인 공간 전환으로 확장하는 단계다. 사업 대상은 길이 795m, 너비 18m의 다리다. 잠수교는 한강 수면보다 약 2.7m 높게 지어졌다. 수면과 가까운 위치는 차량 통행시설로서는 침수에 취약한 조건이지만, 보행공간으로서는 강물

[공간사회학] 왜 고양이는 병원을 찾아왔을까…소아병동에 남을 그림, 기다림 곁에 놓일 위로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병원에서는 누구나 무언가를 기다린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서 사람은 자주 말이 없어진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어떤 말도 쉽게 들어오지 않는 순간이 있다. 올가을 창원의 한 병원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은 말을 걸지 않는다. 푸른 눈으로 올려다보고, 꽃 그늘에서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벤치 위에서 쉬거나 숲속에서 서로 몸을 기댄다. 그림 앞에 선 사람에게 다가오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다만 저마다의 자리에서 관람객을 바라본다. 김주성 작가의 초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가 10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열린다. 병원 1층 로비 특별전시실에 회화 45점을 선보이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소아과에서 치료받는 아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작가의 뜻에서 출발했다. 작품 일부는 소아병동에 기증될 예정이다. 도록 첫머리에는 전시 제목과 짝을 이루는 문장이 적혀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양이가 나를 바라본다.’ 이 문장은 전시를 읽는 하나의 열쇠다. 처음에는 사람이 고양이를 구경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