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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2월 27일 '북극곰의 날'인 이유 "기후변화의 상징·생존위기의 아이콘"…빙하가 녹는 순간, 지구의 운명도 바뀐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북극곰은 더 이상 ‘북극의 왕’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상징이자 생존 위기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2월 27일은 국제 북극곰 보호단체인 Polar Bears International(PBI)가 지정한 ‘국제 북극곰의 날(International Polar Bear Day)’로, 지구 최북단에서 보내는 이 종의 ‘SOS’를 되새기고 인류의 기후 책임을 되돌아보는 날이다. 이 날은 북극곰이 새끼를 굴속에서 기르는 가장 취약한 시기와 맞물려 지정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캠페인 취지가 아니라 ‘기후변화 속 생명의 연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월 27일이 ‘국제 북극곰의 날’인 이유

 

todayinconservation, environmentalpeople, polarjournal에 따르면, 매년 2월 27일은 Polar Bears International이 2006년 설립 이후 2010년대 초반부터 공식적으로 2월 27일을 북극곰 보호를 위한 하루로 정해 전 세계에 알린 데서 유래한다. 이 단체는 북극곰의 생태를 연구하고, 북극해(해빙) 감소와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왔으며,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 교육과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벌인다.

 

특히 이 날이 2월 말로 정해진 것은, 북극의 수많은 북극곰 어미가 눈 덮인 굴 속에서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하고 3~4개월간 젖을 먹이는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엄마 곰과 새끼 곰 가족’을 상징적으로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제 북극곰의 날은 단순히 ‘북극곰 보호’를 외치는 기념일이 아니라, 북극곰을 통해 지구 기후시스템의 붕괴를 읽어내는 ‘기후지표’를 상기시키는 날로도 해석된다. 북극곰은 북극 해빙 위에서 물개를 사냥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해빙 면적과 두께가 줄어들면 먹이 사냥 시간이 줄어들고, 단식 기간이 길어져 체중 감소와 번식률 저하로 이어진다.

 

이처럼 북극곰의 생존은 ‘얼음의 생존’과 거의 동일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은 북극곰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안보를 점검하는 날으로 재정의된다.

 

북극곰의 생존 위기, 수치로 보는 현실

 

북극곰의 개체수는 1960~70년대 인간의 과도한 사냥으로 약 1만2000마리 수준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이후 캐나다,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그린란드 등 북극 인접 5개국이 1973년 ‘국제 북극곰 보호조약’을 체결하면서 불법 밀렵을 규제했고, 이로 인해 북극곰 개체수는 1990년대 이후 점차 회복돼 2023년 기준 전 세계 추정치 중앙값이 약 3만2000마리 수준까지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개체수의 증가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상쇄하지 못한다. 국제학술지 ‘Science’에 2025년 1월 게재된 토론토 스카버러대학 연구팀의 모델에 따르면, 캐나다 웨스턴 허드슨만(Western Hudson Bay)의 북극곰 개체수는 1979년부터 2021년 사이 약 50%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체중 변화다. 같은 연구에서, 이 기간 동안 성체 암컷 북극곰의 평균 체중이 39kg 감소했고, 1세 미만의 새끼는 26kg이나 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해빙이 줄어들면서 사냥 기간이 짧아지고, 더 많은 시간을 빈둥거리거나 단식하며 보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에너지 모델이 뒷받침한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북극전문 연구기관은 북극곰 개체수의 전 세계 추정치를 일반적으로 2만~2만5000마리 수준으로 잡고, 이를 19개의 개체군으로 나누어 관찰 중이다. 이 중 일부 개체군은 안정 또는 소폭 증가 추세를 보이나, 캐나다 서부 허드슨만, 남부 비포르트해 등 남쪽으로 위치한 개체군은 뚜렷한 감소를 보여 북극곰 전반의 ‘생존 미래’를 어둡게 한다.

 

빙하가 녹는 속도, 북극곰이 버틸 수 있는 시간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북극 연구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1979년 이후 북극 여름철 해빙 면적은 약 43.1% 감소했고, 겨울철 해빙 면적은 10.2%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북극곰이 물개를 사냥하는 데 필요한 ‘얼음 옥상’이 줄어들고, 해빙이 더 빨리 녹고, 늦게 결빙되는 계절 패턴이 고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줄리엔 스트로브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허드슨만 지역의 기온이 현재보다 평균 2.1도 이상 상승하면 북극곰의 단식 기간이 183일이라는 생존 한계를 넘기게 된다. 이미 지난 30년간 기온이 1도 이상 상승하면서, 해빙 없는 기간은 120일에서 150일로 늘었고, 이는 북극곰이 섭취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 낳는다. 이처럼 북극곰은 “살아남기 위해 10년 더 빨리 죽을 수 있는 조건" 안에서 서식하고 있다.

데이터는 북극곰이 이미 멸종의 경계에 가까운 상황을 보여준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진행될 경우 2050년까지 북극곰이 1만6000마리 정도 사라질 수 있고, 2100년경에는 대부분의 개체군이 소멸해 사실상 멸종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북극곰의 에너지 요구량과 해빙 면적 감소가 1대1 비율로 연결되는 생물에너지 모델을 통해 계산된 수치여서, 북극곰의 운명을 ‘기후 그래프’ 위에 올려 놓은 것과 같다.

 

 

북극곰의 ‘생존 전략’과 윤리적 딜레마


흥미로운 점은 북극곰이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 일부 개체군은 육상 먹이(순록, 식물성 자원 등)를 섭취하는 비율이 2000년 이후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일부 지역의 성체 곰의 체중 지수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북극곰은 1990년대에 비해 ‘더 살찌고 건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해빙이 줄어드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개체군이 다른 먹이를 찾아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적응을 ‘장기적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북극곰은 해빙 위에서 사냥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포식자로, 육상에서 먹는 식물성·육상 먹이는 에너지 밀도가 워낙 낮아 성체 곰의 생존만 버티는 수준에 그칠 뿐, 새끼의 성장과 번식률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로 허드슨만 북극곰의 경우, 해빙이 덜 형성된 해에는 해빙 위에서 사냥하는 기간이 줄어들고, 그 결과 새끼의 생존율이 떨어지고 쌍둥이 출산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처럼 북극곰은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지만, 그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북극곰은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간이 거주하는 민가로 내려오는 사례가 늘어 ‘사람과 북극곰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낳고 있다. PBI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 ‘베어-더(Bear-dar)’를 개발했다.

 

이는 북극곰의 접근을 미리 감지하고 비살상 방어 수단(예: 시트로넬라 향을 이용한 구역 경계)을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는 북극곰을 보호하려는 동시에 인간의 안전을 지키는 양자택일을 거부하고, ‘공존’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모색하는 접근이다.

 

북극곰을 통해 본 철학적·문화적 메시지

 

북극곰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변화를 상징하는 ‘기후 상징종(Indicator Species)’으로 기능해 왔다. 얼음 위에서 홀로 걷는 북극곰의 이미지가 세계 곳곳의 환경운동 캠페인과 SNS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그 이미지가 인간의 이기심과 생존의 어려움을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이미지는 인간의 기후 방관을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 역시 북극곰과 같은 생존 위협에 놓여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철학적으로는 현재 북극곰의 상황은 “장기적 시각의 부재”를 상징한다. 북극곰에게는 내일이 아닌, 10년 후의 기후 변화가 생존을 좌우하는 ‘장기적 위기’가 이미 현실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여전히 4년 단위의 선거 주기, 1년 성과 기준의 경제 성장률에만 집중한다. 북극곰은 인간에게 ‘생명은 10년 단위로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북극곰은 ‘극한의 아름다움’과 ‘극한의 위협’을 동시에 상징하는 존재이다. 북극곰은 인간의 문화 속에서 만화, 영화, 광고 등에서 귀여운 캐릭터로 재현되지만, 실제로는 북극의 극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생물이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으로만 소비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북극곰을 '생태적 위기의 상징'으로 다시읽기하라고 요구한다.

 

국제 북극곰의 날, 우리에게 남는 숙제


2월 27일 국제 북극곰의 날은 북극곰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를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이 기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반성하는 날이다. 북극곰의 생존은 해빙이 줄어드는 속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도는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비례한다. 북극곰을 보호하는 것은, 북극곰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인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다.

 

이 날을 기념하는 방법은 단순히 북극곰 이미지를 SNS에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 재활용 실천, 대중교통 이용, 플라스틱 감축, 지속가능한 소비 선택 등은 모두 북극곰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상적 실천으로 연결된다. 북극곰은 인류에게 지구 기후의 ‘경고음’을 울리는 마지막 종이자, 동시에 인간의 선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상징이다. 북극곰의 운명이 기후변화의 운명이며, 그 운명은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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