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 3자 회담이 ‘근본적 이견’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19)와 덴마크의 이사벨라 공주(18)를 정략결혼시키고 그린란드를 ‘혼수’로 미국에 넘기자는 정치풍자 게시물이 전 세계 SNS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16세기 왕실 외교를 연상시키는 이 농담은 얼핏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희토류·북극항로·나토 확장이라는 21세기 지정학 갈등이 촘촘히 얽혀 있다.
‘배런-이사벨라 정략결혼’ 밈의 전개
X(옛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정치풍자 계정 ‘미스 화이트’는 “배런 트럼프와 덴마크 이사벨라 공주가 결혼하고, 그린란드를 미국에 혼수로 주면 된다”는 글을 올리며 양국 갈등을 풀 ‘간단한 외교 해법’이라고 비틀었다. 이 게시물은 일주일 남짓한 사이에 조회수 600만~1000만회, ‘좋아요’ 수 10만건 이상을 기록하며 전 세계 이용자들 사이에서 ‘중세식 외교 판타지’로 회자되고 있다.
댓글에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하던 식의 분쟁 해결 방식” “넷플릭스 사극 ‘브리저튼’에서나 가능할 설정”이라는 풍자부터, “배런이 스페인 레오노르 공주와 결혼해 미·유럽 연합제국을 만들자”는 2차·3차 ‘설정 놀음’까지 따라붙으며 온라인 밈으로 확산됐다. 일부 이용자는 AI로 생성한 배런·이사벨라의 가상 웨딩 사진을 공유하며 “21세기판 왕실 외교”라는 자막을 붙이기도 했다.
왕실 농담 뒤에 숨은 그린란드의 전략가치
농담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에 이어 재임 2기에서도 그린란드 ‘매입·편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상황 인식이 깔려 있다. CNN과 BB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백악관·국방부 회의에서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외교·경제 패키지는 물론 군사 옵션까지 포함한 ‘여러 가지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린란드는 세계 8위 수준으로 추정되는 희토류 매장량과 우라늄·철광석·니켈 등 전략광물을 품고 있으며, 북극항로의 거점이자 미사일 조기경보·우주감시 기지 역할을 하는 툴레(Thule) 미군 기지가 위치한 ‘군사-자원 복합 자산’이다. 미국은 자국 희토류 생산이 급감하고 중국이 채굴·제련·가공까지 공급망을 장악한 상황에서, 그린란드를 대체 공급지이자 북극 안보의 핵심 거점으로 보는 시각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의 ‘그린란드 집착’과 덴마크·나토의 맞대응
미 싱크탱크 CSIS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 미 수출입은행(Ex-Im Bank)을 통해 그린란드 탄브리즈(Tanbreez) 희토류 광산에 최대 1억2000만 달러 금융 지원을 검토하는 등, 이미 ‘소프트 인수’에 해당하는 자원·인프라 투자를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CNN은 미 행정부가 그린란드의 “막대한 지하자원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희토류·우라늄·철광석 채굴 프로젝트를 장기 전략에 올려놓았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덴마크는 최근 미국·덴마크·그린란드 3자 협상이 워싱턴 DC에서 열렸으나, 주권과 소유권을 둘러싼 견해차만 재확인한 채 별다른 합의 없이 종료됐다고 여러 외신이 보도했다.
협상 결렬 직후 덴마크 국방부는 “오늘부로 그린란드와 주변 해역의 덴마크군과 나토 동맹군 증강 배치를 시작한다”며 ‘아크틱 인듀어런스(Operation Arctic Endurance)’라는 이름의 합동훈련·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나토 병력 증강과 군사위기 레토릭
덴마크 국방부 발표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조치는 전투기·초계기·수송기 등 항공 전력, 호위함과 순시선 등 해군 전력, 그리고 혹한 환경 훈련을 겸한 지상군을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덴마크는 “북대서양·북극권의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필수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미국의 영유권 주장과는 거리를 두는 문구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자신의 SNS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려고 하면 덴마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를 예로 들어 “필요하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해외매체들은 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백악관 내부에서는 그린란드를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동산’이자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전략 요충지’로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주민 여론은 ‘압도적 반대’
군사·경제 전략 논의와 달리, 그린란드 주민 다수는 미국 편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알자지라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린란드 자치정부 관계자와 주민들은 “우리는 덴마크 왕국 내 자치를 유지하길 원하며, 누군가의 ‘부동산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미국 유력지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정치인들은 “트럼프의 관심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주권과 정체성을 양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역시 마찬가지다.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는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다룬 분석기사에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려면 덴마크와 그린란드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양측 모두 ‘섬은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고 전했다. 덴마크 외무장관은 워싱턴 협상 후 브리핑에서 “그린란드의 장기 안보는 현행 1951년 그린란드 방위 협정과 나토 체제 안에서 보장될 수 있다”며 ‘영토 거래’ 자체를 논외로 돌렸다.
‘왕실 외교’ 밈이 드러낸 21세기 패권 경쟁
배런 트럼프와 이사벨라 공주의 ‘정략 결혼’은 현실 정치에서는 불가능한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이 농담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현대 국제정치가 여전히 영토·자원·동맹을 둘러싼 힘의 게임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나라를 결혼으로 교환하던 것은 1400년대 이야기”라며 중세 왕실 외교를 소환하는 한편, ‘결혼 후 이혼하면 공주가 미국의 절반을 나눠 갖는 것이냐’는 댓글로 영토 거래 논리 자체를 조롱했다.
유럽 언론은 이번 SNS 논란을 두고 “트럼프식 부동산 정치가 인터넷 밈 문화와 결합해, 북극 신냉전을 일종의 ‘왕실 로맨스 드라마’로 소비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뒤편에서는 나토 병력 증강, 미·중·러의 북극 패권 경쟁, 희토류 공급망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농담은 가볍게 웃고 넘기기에는 너무 무거운 21세기 지정학의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