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전세계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 또는 검토 중인 나라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역행하는 주6일제 근무제 국가가 등장했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 가운데 처음으로 주 6일 근무제를 다시 도입하자, 그리스 정책에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그리스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주 6일 근무제가 세계적인 추세를 거슬러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의 직원들은 하루 2시간 추가 근무나 8시간 추가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새 노동법을 마련하고 지난 1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체는 기존 주 40시간에서 주 48시간 근무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음식 서비스와 관광업 종사자는 주 6일 근무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스의 이번 결정은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총리가 결정했다. 그가 주도하는 내각은 친기업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근로자 친화적이며 성장 지향적”이라며 "이 법안은 초과 근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을 지원하고, 미신고 노동 문제를 단속하기 위해 고안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근원물가상승률과 인플레이션 폭, GDP 증가율 등 5가지 지표를 종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경제 성적을 매겼는데, 그리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가 부실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그리스의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은 그리스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20%를 웃도는 청년 실업률에 젊은층은 생계비 부족을 호소하며 총파업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조치에 노동조합과 정치 전문가들은 새 법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르고스 카삼베키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유럽 및 국제 정치학 강사는 “그리스 정부의 노동법 도입이 이미 EU에서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중대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그리스 근로자들은 이미 미국, 일본과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국가보다 근로 시간이 길다. 그리스 근로자들은 2022년 평균 1886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평균 1811시간, EU 평균 1571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밖에 전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독일로 집계됐다. 독일 근로자는 연평균 1341시간을 일하면 된다. 이는 OECD 평균치(1752시간)는 물론 근무시간이 짧기로 이름난 유럽 평균(1571시간)보다도 짧다.
한편, 이웃 나라 일본 역시 OECD와 유럽 평균 근로시간을 크게 밑도는, 연평균 1607시간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무려 1901시간에 달했다. 일본은커녕 논란이 된 그리스보다 근로시간(2022년 기준)이 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연평균 근로시간이 긴 나라는 칠레(1963시간), 코스타리카(2149시간), 멕시코(2226시간) 등 세 곳뿐이다.
올해 초 싱크탱크 오토노미(Autonomy)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 근무제 시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이 이 정책을 영구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에 참여한 모든 프로젝트 관리자와 최고경영자(CEO)는 주 4일 근무제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