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지난 20년간 국내 신용카드 이용액이 642조원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발급된 신용카드 수도 1억2980만장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직후인 지난 1999년 발급 매수인 3899만장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2002년 신용카드 대란 당시 1억481만장보다도 큰 규모다.
아울러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의 생산가능 연령 인구 중 구직활동이 가능한 국민이 1인당 보유한 신용카드 수는 2004년 3.5장에서 지난해 4.4장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신용카드 발급 수는 모두 1억2980만건으로 지난 2004년 말 8346만건 대비 55.5%(4634만건) 증가했다.
대한민국 신용카드 역사는 2000년대 전후로 LG카드, 외환카드, 동양카드, 장은카드 등이 지금의 전업카드사에 흡수·합병되면서 현재 체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업 및 겸영 사업자 수는 총 19곳으로 은행계 전업카드사 4곳(신한·KB국민·우리·하나), 기업계 전업카드사 4곳(현대·삼성·롯데·BC), 겸영 은행 11곳(경남·광주·부산·씨티·전북·제주·iM뱅크·IBK기업·NH농협·SC제일·수협중앙회)이 운용 중이다.
이중 신용사회 진입과 안착을 선도한 국내 전업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7곳의 이용액 증가분이 전체 카드사의 96.5%(620조원)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액을 보인 곳은 현대카드(143조원, 전체의 22.2%)로 나타났다.
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김경준)가 지난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20개년의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성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개인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999조3730억원으로 지난 2004년 357조4190억원과 비교해 179.6%(641조9540억원) 증가했다.
해당 기간 이용 실적 중 일시불 거래금액이 187조9460억원에서 779조8050억원으로 314.9%(591조8590억원) 증가하고, 할부 거래금액은 41조8680억원에서 162조690억원으로 287.1%(120조2010억원) 늘었다.
이용 실적은 카드사 및 겸영 은행 등에서 발급한 개인과 법인 신용카드의 신용판매액과 현금서비스, 카드론 실적을 합산해 산출했다. BC카드의 경우 기업계 전업카드사로 분류되나, 여타 신용카드사와는 사업 모델이 상이한 만큼 이번 전업카드사 조사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또 카드사별 세부 이용실적과 회원수, 개발비, 수익성, 여신건전성 항목은 7개 전업카드사 기준으로 조사했다.
이용 실적 증가세는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을 기준으로 보면 더욱 가팔랐다. 2004년 280조5740억원에서 지난해 900조1000억원까지 규모가 늘어나 220.8%(619조5270억원) 증가율을 보였다. 전업카드사 중 지난 2004년 이용 실적이 가장 높았던 곳은 KB국민카드(90조4250억원)였지만, 지난해에는 신한카드(182조1400억원)가 1위를 기록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2006년 말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한 뒤 2007년 10월 신한카드와 합병해 탄생한 만큼 과거 LG카드의 실적까지 포함했다. KB국민카드는 2011년 재분사 이전 2003년부터 KB국민은행에 합병돼 신용카드사업본부로 영위된 데 따라 해당연도 실적이 미공시 된 만큼 직전 공시인 2002년 실적을 반영한 결과다.
20년간 전업카드사 중 이용 실적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현대카드로 조사됐다. 지난 20년간 현대카드의 이용 실적 증가액은 142조5780억원으로이었고, 신한카드(111조1970억원)와 삼성카드(121조5730억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업카드사의 가입자 수 규모(개인 회원 수 기준)는 카드사별 중복 회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합산 기준 총 7403만1000만명으로 조사됐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는 7465만8000명까지 늘었다. 여신금융협회가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21년 11월 6795만명을 기준으로 올해 5월까지의 증가율은 9.9%(670만8000명) 수준이다.
올해 5월 기준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곳은 신한카드(1438만명)다. 이는 신한카드에 인수된 LG카드가 합병 이전부터 이미 1000만 회원 규모를 보유한 영향으로 보인다. 뒤이어 △삼성카드(1292만명) △현대카드(1227만3000명) △KB국민카드(1221만7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월별 회원 수 누적 증가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카드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지난 202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누적 회원 증가 수는 185만5000명이다. 이 외 100만명 이상의 회원 수 증가세를 보인 곳은 KB국민카드(136만2000명) 뿐 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대카드가 AI 및 데이터사이언스 기반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로 파트너사 간 협업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시너지를 높여나가고, 국내 카드사 최초로 통합 앱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해 소비자 편익을 도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 중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개발비 규모가 가장 큰 곳은 815억1900만원을 기록한 현대카드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카드사의 개발비는 전산 유지·보수는 물론 디지털 관련 인프라 확충, 신사업 발굴 등에 사용한 투자금을 의미한다. 장부가액은 취득가액과 자본적 지출의 합계액에서 감가상각누계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전업카드사 7곳은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유동성, 여신건전성 등의 부문에서 모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카드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총 74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62%를 기록하며 업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 조정자기자본비율 및 원화 유동성비율 역시 각각 31.3%과 462.6%을 기록하며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부문에서도 업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해 기준 여신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카드사는 현대카드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 연체채권비율(1개월 이상)은 0.6%이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신용카드가 지난 20여년간 양적으로 성장하여 일상생활의 핵심적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는 개별 소비자의 구매데이터를 기반으로 AI기술을 활용하여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개발비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2002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이후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성장 현황을 알아보고자 한국은행 통계 및 여신금융협회 공시, 카드사별 사업보고서 등을 활용·분석해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