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한국 원화가 2025년 4분기에 미국 달러 대비 3.3% 하락하며, 전 세계 42개 통화 중 다섯 번째로 약세를 기록했다.
26일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원화는 12월 25일 기준 1,446.76원에 거래되었으며, 12월 24일에는 금융 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으로 하루 만에 33.8원 급등하며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12월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1,480원대를 기록한 이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대를 회복한 사례로 평가된다.
글로벌 통화 순위 및 원화의 위치
한국은행이 추적하는 42개 통화 중 4분기 원화의 약세는 아르헨티나 페소(-6.8%), 일본 엔(-5.1%), 브라질 헤알(-3.7%), 대만 달러(-3.3%)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약세는 전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원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다. 미국 달러 지수는 97~98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100 미만은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구조적 약화 요인
원화의 약세는 단순한 외환시장 수급 요인을 넘어, 구조적 경제 취약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해외 자산을 70조원 추가로 매입하며, 총 해외투자액이 771조원(전체 자산의 58%)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미국 주식을 320억 달러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에 14.4조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매도했지만, 12월 초에는 1.9조원을 매수하며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서울 강남구의 하나은행 지점에서 100달러 지폐가 동나는 현상까지 이어졌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월 87.05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100 미만의 수치는 원화가 저평가되어 수출품은 저렴해지지만 수입품은 비싸지는 구조적 문제를 나타낸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
12월 24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과도한 원화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 정책 집행 능력이 곧 확인될 것”이라고 공동 구두 개입을 발표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원화 지원을 위해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환헤지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또한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을 사면 5000만원(약 3만4,400달러) 한도 내에서 자본이득세를 면제해주는 세제 혜택도 도입했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지 않는 한, 원화 약세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화가 중국 위안, 유로, 스위스 프랑 등 주요 통화 대비 6~8% 이상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통화에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의 약세는 단기적 수급 요인과 함께, 구조적 경제 취약성과 해외 자본 유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경제 구조 개선과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