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최동현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5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9년 이후 매년 배출량이 줄어 2024년 기준 4억1951만톤으로 집계돼 5년 만에 14.7% 줄어든 것. 하지만 2018년(국가 전체 7억8390만톤)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을 내세운 정부 목표를 고려하면 갈 길이 한참 멀다.
현재까지 감축률은 약 11.8%로, 지금 속도대로라면 2030년에도 20% 안팎에 머물러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국가 전체 배출량의 60% 이상이 여전히 대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구조 개선을 통한 실질적 감축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1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공시해 6개년 추이 비교가 가능한 201개사를 조사한 결과, 2024년 이들 기업의 총 배출량은 4억1951만톤이었다. 이는 2019년(4억9153만톤) 대비 14.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5940만톤에서 6억9158만톤으로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201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4.7%에서 60.6%로 4.1%포인트 낮아졌다.
대기업들의 배출량을 시기별로 나눠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2019~2021년) 3년간 2727만톤 줄어 5.6%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 3년(2022~2024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져 2349만톤(5.3%) 줄었으나, 감소폭은 다소 축소됐다. (*2019~2022년은 확정 배출량, 2023·2024년은 잠정치 반영)
전통적으로 배출 비중이 큰 ‘굴뚝산업’에서 감축이 두드러진 반면, 사업 확장 기업과 에너지 사용이 늘어난 신산업에서는 오히려 배출량이 늘었다. 이재명 정부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 중후반에서 67%까지 염두에 두고 네 가지 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번 조사 결과는 대기업들의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확인시키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9년 4억9153만톤 ▲2020년 4억5227만톤 ▲2021년 4억6426만톤 ▲2022년 4억4300만톤 ▲2023년 4억2667만톤 ▲2024년 4억1951만톤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전년보다 1.7%(712만톤) 감소했다.
2019년과 비교해 2024년에 배출량이 줄어든 기업은 106곳, 늘어난 기업은 95곳이었다. 증감폭은 대체로 업황에 따라 크게 갈렸다.
가장 감소율이 큰 기업은 SKC였다. 2019년 17만3964톤에서 지난해 1437톤으로 줄어 –99.2%라는 극적인 감축률을 보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온산공장을 2022년 매각한 영향이다.
이어 DL이앤씨 –77.6%(24만톤→5만톤), 한화 –64.0%(18만톤→6만톤), LG전자 –62.4%(68만톤→26만톤), 아모레퍼시픽 –61.3%(5만톤→2만톤), SK케미칼 –54.8%(49만톤→22만톤), 현대위아 –51.2%(20만톤→10만톤)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감소량으로 보면 발전 5사(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를 비롯해 포스코,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OCI, 롯데케미칼 등이 크게 줄었다.
민간기업 중에선 포스코가 8050만톤에서 7110만톤으로 940만톤(-11.7%)을 감축해 절대 감소량이 가장 컸다. 뒤이어 LG디스플레이 –221만톤(589만톤→367만톤, -37.6%), 현대제철 –133만톤(3015만톤→2882만톤, -4.4%), OCI –95만톤(214만톤→119만톤, -44.4%), 롯데케미칼 –90만톤(680만→590만톤, -13.2%) 순이었다.
반면 배출이 급증한 기업들도 있다. 일례로 엘앤에프는 3만톤에서 14만톤으로 늘어 419% 급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방산 합병 영향으로 3만톤에서 11만톤으로 300% 넘게 뛰었다. 또 에코프로비엠 221%(2만톤→7만톤), 롯데지주 215%(296톤→930톤), 일진글로벌 196%(4만톤→12만톤),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 190.0% (3만톤→10만톤), HD현대케미칼 188.3%(94만톤→272만톤) 등도 세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공기업 부문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공기업 전체 배출량이 2019년 2억1161만톤에서 2024년 1억5302만톤으로 27.7% 줄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한국남동발전(5340만톤→3071만톤, –42.5%), 한국남부발전(3666만톤→2435만톤, –33.6%), 한국동서발전(3902만톤→2598만톤, –33.4%), 한국서부발전(3467만톤→2696만톤, –22.2%) 등 발전사의 감축 효과가 컸다. 이와 달리 공기업 중 한국토지주택공사(20만톤→25만톤, 24.9%), 한국수력원자력(311만톤→368만톤, 18.3%) 등은 오히려 늘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업종은 보험이었다. 2019년 4만톤에서 2024년 7만톤으로 82.2% 늘었다. 삼성생명(1만8740톤→3만7609톤, 100.7%)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제약 73.7%(23만톤→41만톤) ▲증권 55.6%(6800톤→1만톤) ▲서비스 43.5%(35만톤→50만톤) ▲조선·기계·설비 22.7%(223만톤→273만톤) ▲통신 15.0%(324만톤→373만톤) ▲운송 9.6%(379만톤→415만톤) ▲2차전지 3.5%(313만톤→324만톤) ▲에너지 2.2%(1375만톤→1405만톤) ▲식음료 1.6%(264만톤→268만톤) 등도 증가세를 보였다.
반대로 ▲생활용품 14.6%(140만톤→120만톤) ▲철강 10.1%(1173만톤→1054만톤) ▲은행 8.8%(49만톤→45만톤) ▲지주 7.3%(824만톤→763만톤) ▲건설·건자재 7.1%(1755만톤→1631만톤) ▲자동차·부품 5.5%(461만톤→436만톤) ▲석유화학 1.6%(7036만톤→6921만톤) ▲IT전기전자 0.8%(2882만톤→2858만톤)로 각각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 명세서와 각 기업의 공시보고서·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종합해 반영했으며, 직접배출(Scope 1)과 간접배출(Scope 2)을 합산한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