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볼 생각만 하다 놓친 작품이 넷플릭스에 뜨는 순간은 묘하게 짜릿하다. 여가의 대부분을 콘텐츠로 채우는 내게 금요일 저녁 소파는 낚싯대가 걸린 의자가 되고, 새로 올라온 작품은 월척이 된다.
이번 주 월척은 <얼굴>. 저예산이지만 작품성으로 인정받았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채 안 된다는 사실도 반가웠다. (요즘 영화는 너무 길다. 숏폼 시대 때문이 아니라,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을 뿐이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재생을 눌렀고, 역시였다. 박정민과 권해효. 두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에, 얼굴이 낯익은 조연들까지 더해져 작품의 호흡을 끝까지 밀고 간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계’에 대해 말한다. 홍보 일을 오래 해온 내게 관계(Relations)는 직업적 숙명이다. 공교롭게도 PR은 Public Relations의 약자다.
◆ 보이지 않는다는 것(blind)의 무서움
작품은 ‘보이지 않음’을 설정으로 삼는다. 자연스럽게 <눈먼 자들의 도시>나 <버드박스> 같은 작품이 떠오른다. 선천이든 후천이든, 자의든 타의든 중요한 건 한 가지다.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주인공에게 엄마란 존재는 처음부터 없었다. 사진도, 기억도, 얼굴도. 그래서 의미도 없다. 모든 것은 ‘모르는 존재’로 남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어쩔 수 없이 엄마의 존재를 추적하게 되고, 누군가는 그 과정을 이용하려 들고, 결국 존재의 실체를 만나는데 그 실체는 다름 아닌 유골의 형태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 엄마는 살해당했으며, 범인은 아빠였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충격적이지만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에 공개되는 엄마의 얼굴 사진이다. 영화는 그 얼굴을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숨긴다. 관객도, 아들도, 관찰자도 모두 ‘얼굴’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상상이 점점 비대해지고 기형적으로 커진다.
아빠 역시 맹인이기에 아내의 얼굴을 본 적 없다. 주변은 ‘추녀’라며 조롱했고, 아내 스스로도 “내가 너무 못생겨서…”라고 말하는 순간, 아빠의 세계는 무너진다. 그는 그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고 절규하며, 결국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은 분노이자 회피이자 정당화의 시도였다.
이쯤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결핍은 상상으로 채워지고, 상상은 때때로 현실보다 잔혹하다.
코칭에서도 상상기법을 활용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할 때 오히려 현실의 문제를 푸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상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괴물의 탄생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공백을 편견과 조롱과 수치가 채워버리면, 그 상상은 폭력적이 된다.
◆ 속단하지 말자. 선입견을 버리자
만약 아빠의 눈이 보였다면? 얼굴을 직접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상황은 끝이다. 설령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사실’ 위에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기에 주변 반응을 빌리고, 그 반응은 왜곡되고, 주관은 사라지고, 상상만 남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은 엄마의 얼굴 사진을 본다. 미인은 아니지만, 결코 괴물도 아니다. 눈, 코, 입이 제 기능을 가진 평범한 얼굴이었다. 관객 역시 잠시 멈칫하게 된다. 도대체 누구의 상상이 누구를 괴물로 만들었단 말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산다. 혈연, 우연, 사회적 관계, 직장 관계, 상하 관계, 비즈니스 관계….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한 건 하나다. 선입견과 상상만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순간, 관계는 비틀린다. 관계의 본질은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것’에 있다.
<얼굴>은 그 단순한 진실을 상상을 통한 비극으로 되새기게 만든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to be continued)
p.s. 박정민과 권해효의 맹인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렌즈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시선 처리 하나로 못보는 연기를 완성했다. 명배우의 힘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