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전과 나물, 불고기, 조기구이에 식혜 후식까지.
옛날 입맛의 ‘꼰대(?)’ 같지만, 이렇게 일품 한상으로 차려 나오는 정통 한식당을 저는 꽤 좋아합니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말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개성은 없죠. 정해진 코스에 맞춰, 때가 되면 정확히 등장하는 요리들.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조연이 나오고, 주인공이 활약한 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른 대형 상업영화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 ‘예상 가능함’이 오히려 만족 포인트가 되더라구요.
괜히 접대를 잘한 것 같은 포만감도 들고, ‘이게 격식이지’라고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일종의 강박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그 모든 형식을 내려놓고, 라면 한 그릇이나 단무지 곁들인 짜장면 한 접시가 유독 당길 때가 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차곡차곡 이어지는 코스가 아니라, 물 끓여 붓고 10여 분 만에 끝나는 단순한 포만감. 목 넘김보다 속도를 택한 만족이라고나 할까요.
넷플릭스의 매력은 바로 이런 뜻밖의 ‘수작’을 만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가 그렇고, 성탄절 휴무일 아침을 맞아 본 단편영화 모음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 무명 배우를 만나는 즐거움
처음 코칭을 배울 때 우리는 응용보다 먼저, 정해진 수순과 일종의 공식을 익힙니다.
경청으로 시작해 고객의 말을 그대로 복기하고, 적절한 추임새로 공감을 표현하며, 마지막에는 “할 수 있다”는 실행 의지를 북돋는 응원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방식. 마치 ‘수학의 정석’ 같은 기본 공식이죠.
“이게 뭐야?”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해보면 이 공식대로 진행하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순서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면, 코치 스스로도 ‘괜찮은 코칭 한 편’을 해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 각자의 기교가 담긴 문장과 화법이 생깁니다. 이 모습이 마치 연기를 처음 배워 미장센영화제에 얼굴을 비췄던, 이름 없는 배우들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이름 석 자, 얼굴 반쪽만으로도 모두가 알아보는 대배우가 되었지만, 한때는 다양한 작품에서 씬 스틸러면 다행이고 무명의 조연중 한명으로 활약하던 시절이 있었던 이들. 이번 단편 모음을 보며 그 시절의 얼굴을 다시 만나는 재미가 제법 컸습니다.
◆ 현실과 초현실 사이
‘미장센’.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을 감으로 압니다.
“이 영화, 미장센이 좋아. 뭐랄까, 때깔이 달라.”
“비현실적인데도 보고 나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맞습니다. 10여 분에서 30분 남짓한 단편영화들은 종종 무리수처럼 보일 법한 설정, 그러나 어딘가 그럴듯한 초현실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코칭도 비슷하죠.
“만약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요?”
“마음먹은 건 뭐든 이룰 수 있는 요술지팡이가 있다면요?”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질문들이지만, 코칭이 끝날 즈음 고객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덕분에 오늘 많은 걸 깨달았어요.”
“제가 놓치고 있던 걸 드디어 발견했네요.”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우리가 드라마에 몰입하고 영화에서 빠져나와, 다시 숨 쉬는 현실로 돌아오며 미소 짓는 순간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입니다. 종교를 떠나, 오늘 하루만큼은 마주치는 이들에게 최소한 눈웃음 하나쯤은 건네게 되는 날이죠. 그래서 저도 이렇게 글로나마 인사를 올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to be continued)
P.S. 다섯 편 정도를 봤습니다. 솔직히 ‘노잼’인 작품도 있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밀도 있는 연출과 인상적인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면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요.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