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설날, 설날엔 온 가족, 온 가족엔 극장, 극장엔 코미디….’
이런 식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통하는 공식’이 있었다.
극장 산업의 몰락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그래도 명절을 앞두고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를 비롯해 거의 맞춰 개봉한 <휴민트> 같은 작품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할아버지·할머니 손잡고, 아버지·어머니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옹기종기 극장으로 향하던 풍경은 이제 전래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 자리를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가 빠르게 대체했다. 올해 설날에도 ‘뭐 볼 거 없나’ 하며 TV를 켰더니 <레이디 두아>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제목이 좀 그런데?’
‘신혜선, 이준혁 주연에 스릴러라니, 볼 만하겠는데?’
‘넷플릭스 명절 신작이니 일단 한 번 봐줘야지.’
그렇게 어제 오후 6시 퇴근 후 집에 와서, 오늘 오전까지 총 8부작 중 3회차를 몰아봤다. 아직 남은 회차가 더 많아 속단하긴 어렵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초반 3부작이 재미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화차>의 정서에 <셀러브리티>가 가세한 듯한, 어디선가 많이 본 서사의 차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흥미롭게 봤다.
그리고 이 ‘뻔한 이야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의 8할은 역시 신혜선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초반부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명품’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 저 높은 곳을 향해 발버둥 치는 ‘밑바닥’의 존재
지배 계급을 논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정해진 일부 소수가 다수의 대중을 지배하는 구조는 인류 역사에서 반복돼 왔다. 영화 속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지배 구조에 대한 관념은 <헝거게임>이나 <설국열차>만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목가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신혜선의 캐릭터 역시 발버둥 친다. 밟히면 밟힐수록 꿈틀대며, 결국 ‘폰지 사기’를 총지휘하는 위치에까지 이른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등장했던(?) 실제 사건이 떠올랐다. 대형 금융사기를 기획했던 장본인이 성형수술 후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고, 죽음은 정황상 처리됐다는 흐름으로 기억한다. 이 작품에서도 그와 유사한 설정이 중요한 계기로 등장한다.
물론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정상에 오른 이들에 대한 서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서사는 점점 ‘희귀한 성공담’에 가까워진 듯하다.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전제는 변함없지만, 타고난 환경-지능-자산-가문 등의 영향력 없이 순수한 개인의 힘만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씁쓸함을 지우기 힘든 이유다.
소속 집단과 준거 집단이 다르다는 사실.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는 현실은 냉정하지만, 동시에 안타깝다.
영화 <인타임>의 도입부 장면이 떠오른다. 딸이 어머니에게 ‘통용 화폐’처럼 쓰이는 시간을 일부 양도하려는 순간, 시간이 소진돼 어머니가 눈앞에서 쓰러지는 장면. 자본과 생존의 잔혹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 행복을 찾는, 어렵지 않은 방법
사실 코칭 공부를 하기 전의 나 역시 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이었다. 더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누군가를 질시했으며, ‘내 길은 여기 말고 저 멀리에 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오십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종교적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행복이란 결국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며, 남이 아닌 내가 찾을 때 비로소 온전히 가질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아주 쉬운 방법 하나.
바로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
“이야기 들었어? 걔 100억 벌었대.”
“그 집 애 서울대 의대 갔다며? 얼마나 좋을까.”
“이번에 코인으로 대박 났대, 주식으로 집 샀대.”
다 좋다.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
그 돈도, 그 집도, 그 자식도 내 것이 아니다. 내 삶이 아닌데, 거기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남들의 상황과 여건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지금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당신을 ‘불행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가두지 않기를 바란다…(to be continued)
P.S. <파랑새>의 교훈, 기억하시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아프지 않은 몸, 명절날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 따사로운 햇살 아래 아내와 손잡고 걷는 산책, 삼시 세끼 굶지 않고, 추운 날 보일러를 켜고 편히 잠들 수 있는 하루.
이 모든 것이 이미 충분한 행복이다.
*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