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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정기선·빌 게이츠, 다보스에서 다시 손잡다…‘나트륨 SMR 동맹’ 글로벌 에너지 게임체인저 되나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2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TerraPower) 창립자와 다시 마주 앉으면서, 양측이 추진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나트륨(Natrium) 프로젝트’가 글로벌 에너지·조선·데이터센터 시장 판도를 바꿀 전략 동맹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회동에 이어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만남은 단순한 우호 교류를 넘어, 공급망 확대·상업화 일정·투자 확대를 포괄하는 ‘2단계 협력’으로 성격이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보스에서 재회한 정기선·빌 게이츠

 

정기선 회장과 빌 게이츠 회장은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가 열린 스위스 현지에서 회동해,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소듐냉각고속로(SFR)의 공급망 확대와 상업화 진행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첫 공식 회동을 가진 지 5개월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HD현대의 제조 역량과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어떻게 결합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속도를 낼 것인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202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에 건설될 나트륨 실증 프로젝트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예정보다 앞당겨 완료하면서, 건설 인허가 프로세스에서 중대한 이정표를 통과했다. 미국원자력학회(ANS)에 따르면 NRC는 2025년 12월 테라파워 케머러 프로젝트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마무리했으며, 회사 측은 2030년 연료 장전과 2031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345MW→500MW, ‘에너지 저장’ 탑재한 4세대 나트륨 SMR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에 용융염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결합한 4세대 SMR로, 출력 345MWe급 고속로에 저장된 열을 활용해 최대 500MWe까지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월드뉴클리어뉴스(WNN)에 따르면 나트륨 설계는 고농축 저농축우라늄(HALEU) 연료를 사용하며, 첨단 저장 시스템 덕분에 5시간 반 이상 피크 시간대에 출력을 증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나트륨 원자로가 기존 원전 대비 핵폐기물 발생량을 약 40% 줄일 수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해외 기술 자료에서는 SFR이 기존 경수로에 비해 폐기물 부피를 최대 1/2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평가도 제시되고 있는 만큼 수치 비교 시 기준(부피·방사능·기간)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는 고속 중성자를 활용해 장수명 핵종을 더 효율적으로 소모시키는 SFR의 물리적 특성에 기반한 개념으로, “폐기물 저감 잠재력”은 크지만 실제 상용 플랜트 운전 데이터는 아직 축적 단계라는 점에서 ‘확실한 수치’라기보다 ‘기술적 기대값’에 가깝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HD현대의 투자·제조 역할…‘용기에서 해양플랜트까지’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약 3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24년 나트륨 실증로에 투입될 원통형 원자로 용기(cylindrical reactor vessel)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해 공급하고 있다. 스타트업레시피와 에너지 전문 매체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와 초전도 핵융합장치 KSTAR 주요 장비 제작에 참여하며 축적한 대형 정밀 용기 제작 기술을 나트륨 원자로 용기에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2025년 3월 ‘나트륨 SMR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제조 공급망 확장’ 전략적 협력을 공식화하며, HD현대가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기 공급망의 선도 제조 파트너로 참여하는 틀을 마련했다. 이 협약은 단일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향후 미국·유럽·아시아 등으로 확산될 나트륨 SMR 수주전에서 HD현대가 원자로 용기·열교환기·모듈형 기초 구조물 등 핵심 장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SMR 시장, 수치로 본 ‘게임의 크기’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츠는 글로벌 SMR 시장 규모가 2024년 60억 달러에서 2030년 71억4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3% 수준으로 추정했다. 모도르인텔리전스는 설치 용량 기준으로 SMR 시장이 2025년 312.5MW에서 2030년 912.5MW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연평균 23.9% 성장한다는 보다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리액터 타입별로는 단기적으로 규제 친숙성이 높은 경수로 기반 SMR이 주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온가스로·SFR 등 4세대 설계는 장기적으로 산업 열수요·유연한 전력 공급·폐기물 저감 측면에서 ‘기술 우위’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은 2024~2030년 SMR 도입 속도에서 39.5%에 달하는 고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나트륨 계열 첨단 SMR에도 상당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빅테크의 ‘원전 러시’…테라파워 수요 측면 호재


테라파워는 2026년 1월 글로벌 빅테크인 메타(Meta)와 대규모 원자력 발전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데이터센터 전용 원전 PPA(전력구매계약)” 모델의 대표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SMR·첨단 원전 기술을 보유한 사업자가 대형 IT기업과 직접 계약을 맺는 구조는, 전통적인 전력 유틸리티를 거치지 않고도 장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된다.

 

SMR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 등 산업용·비유틸리티용 수요가 SMR 신규 수요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산업용 공정열 부문은 2030년까지 연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테라파워-메타 계약과 같은 ‘맞춤형 원전+PPA’ 모델이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며, 테라파워의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날수록 HD현대의 공급망 사업 기회도 동반 확대될 여지가 크다.

 

조선·해양으로 확장되는 ‘원전 동맹’ 시나리오

 

이번 다보스 회동은 HD현대가 단순한 기기 공급업체를 넘어, 향후 해상 원전·해상 데이터센터·해양 에너지 허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협력’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불러온다. 선박·해양플랜트 설계·제작에 강점을 가진 HD현대가 나트륨 SMR을 부유식 발전설비나 해양산업용 전원으로 결합할 경우, LNG운반선·FSRU에 이어 ‘해상 SMR 플랜트’가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탈탄소 규제 강화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대를 감안하면, 조선·해운사들은 친환경 연료뿐 아니라 선박·항만용 안정적 무탄소 전원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HD현대-테라파워 동맹은 이 같은 글로벌 탈탄소·에너지안보 흐름 속에서 “조선-원전-데이터센터-산업단지”를 잇는 입체적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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