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8월에 이어 9월에 프랑스 대형 원자력 발전소들이 해파리 떼의 대량 발생으로 인해 잇따라 가동 중단을 겪으며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에너지 산업의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Newsweek, BBC News, Al Jazeera English, Popular Mechanics, Euronews, The Indian Express에 따르면, 노르망디 지역에 위치한 팔뤼엘(Paluel) 원자력 발전소는 2025년 9월 3일 밤, 해파리가 냉각 시스템 필터에 침투하는 문제가 발생해 4호기를 가동 중단하고, 3호기 출력도 감축했다.
이로 인해 팔뤼엘 발전소는 총 설비용량 5.2기가와트(GW) 중 약 2.4GW, 즉 절반 가까운 출력이 줄었다. 해당 발전소는 프랑스 내 두 번째, 세계적으로도 전력 생산량 기준 7위에 해당하는 대형 원자력 시설이다.
이번 사건은 불과 한 달 전인 8월 중순, 프랑스 북부 칼레 근처의 그라블린(Gravelines)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했던 해파리 떼에 의한 가동 중단의 재현이다. 당시 그라블린 발전소는 6기 중 4기의 원자로가 해파리의 필터 침투로 자동 정지됐으며, 총 5.4GW급 시설이 수일간 전력 생산을 멈춰 프랑스 원자력 역량의 약 10%가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두 시설은 모두 해안가에서 직접 해수를 끌어와 냉각에 사용한다. 팔뤼엘은 영국 해협(English Channel), 그라블린은 북해(North Sea)와 연결된 운하에서 냉각수를 취수하는데, 최근 해수 온도가 상승하며 해파리의 번식 환경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해양생물학 컨설턴트 데이비드 라이트는 "해파리는 수온이 높아질수록 번식이 빨라지고 번식기가 길어진다"면서 "북해와 인근 해역의 수온 상승이 해파리 떼 출현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해파리는 단순히 필터를 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죽은 해파리가 젤리 같은 물질로 변하면서 냉각 시스템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작동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초대형 냉각수 펌프를 가동하는데, 일부 시설은 분당 100만 갤런(약 380만 리터)에 달하는 해수를 끌어온다. 이 과정에서 해파리가 대량 유입되면 냉각수 흐름이 차단되어 원자로 과열 위험으로 이어지고,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된다.
실제로 해파리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일본, 스코틀랜드 토네스(Torness) 발전소 및 2013년 스웨덴 오스크샴(Oskarshamn) 발전소 등 전 세계적으로 해파리 떼에 의해 가동 중지가 된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특히 토네스 발전소는 2011년과 2021년에 각각 해파리 영향으로 1주일가량 가동 정지된 바 있다.
EDF(프랑스전력공사)에 따르면 해파리로 인한 발전소 가동 중단은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원자로 1기 하루 정지 시 1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팔뤼엘 발전소 사고로 발전소 출력 절반 이상이 순간적으로 감소하며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비중은 약 70%를 차지한다. 2025년 상반기 누적 원자력 발전량은 약 181.8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되었으나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 변화는 향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해파리 떼 급증의 배경으로는 기후변화 이외에도 남획, 해양 오염, 해안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해파리가 번성할 수 있는 여건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해안 인근 대규모 냉각 시스템을 갖춘 원전뿐 아니라, 해양 인접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