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9~11월) 실적에서 매출 136억4000만달러, 조정 EPS 4.78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매출 129억5000만달러·EPS 3.95달러)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약 57% 급증하면서 회사 역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함께 모든 사업부에서 의미 있는 마진 확대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론은 이어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매출 가이던스를 183억~191억달러로 제시해, 월가 컨센서스(약 144억달러)를 30% 이상 상회하는 ‘초강력 전망’을 내놨다. 회사 측은 같은 분기 조정 EPS 역시 8달러대 중반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제시하며, 매출·이익률·EPS·자유현금흐름 모두에서 사상 최대치를 예고했다.
“AI 필수 인프라 기업” 선언…HBM·데이터센터 메모리에 투자 몰린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실적 발표에서 “마이크론은 AI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핵심 기업”이라고 규정하며, 고객사의 메모리·스토리지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한 해에만 신규 공장과 장비에 138억달러를 집행했으며, 2026 회계연도에는 이보다 많은 자본지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DRAM·NAND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는 1분기 매출 52억8000만달러, 총마진 66%를 기록하는 등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등에 업고 그룹 내 최고 수익성을 보여줬다.
글로벌 메모리 가격 15~20% 급등…PC·스마트폰용 메모리까지 ‘품귀’
마이크론의 호실적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DRAM·NAND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타이트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만 디지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DRAM·NAND 계약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15~20% 급등했으며, 특히 고층 3D NAND와 서버용 고용량 DRAM은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AI 서버에 메모리 공급이 집중되면서 PC·노트북·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DRAM(DDR4·DDR5)과 모바일 DRAM(LPDDR5X)까지 리드타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전문 리서치의 경고도 이어진다. 일부 시장조사는 2025~2026년 DRAM·NAND 가격상승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며, 소비자용 기기 가격 인상 압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마이크론 랠리’의 최대 수혜 후보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한국 메모리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상향 압박으로 직결되고 있다. 국내외 매체에 따르면,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근 몇 달 사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는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슈퍼 불(bull)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당초 시장의 암묵적 컨센서스는 삼성전자 83조원, SK하이닉스 75조원 수준의 2026년 영업이익이었으나,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글로벌 리서치의 분석이 더해지며 상단 전망치는 각각 100조원과 90조원대 초반까지 높아진 상태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약 7% 급등하자, 한국 증시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관련주로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버블’ 우려 vs 구조적 호황…반도체 풍향계가 던진 시그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과 리서치 기관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 과열과 ‘AI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 있다는 리스크도 지적한다. 그러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및 여러 시장분석 보고서는 단기적인 변동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5~2026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서버·클라우드 중심의 AI 메모리 수요가 기존 PC·스마트폰 수요 둔화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메모리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경기 민감형’에서 ‘데이터 인프라형’으로 구조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매출과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동시에 발표한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메모리 3사의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을 알리는 강력한 풍향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