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태양이 다시 한 번 격렬한 분노를 표출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우주기상예보센터(SWPC)는 10월 16일(현지시간) G2 등급(중간 수준)의 지자기 폭풍 경보를 발령하며, 북미 전역이 이른바 ‘오로라 쇼’의 무대가 될 가능성을 알렸다.
swpc.noaa.gov, Karmactive, SpaceWeatherLive.com, Forbes, ourmidland, NOAA에 따르면, 이번 현상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3일 사이 연속적으로 폭발한 4차례의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 지구를 향해 동시에 접근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그 여파는 10월 17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초대형 흑점 ‘AR4246’, M급 폭발 잇따라 발생
지구를 향한 네 번의 CME는 태양의 서반구에 위치한 활동 영역 4246(AR4246)에서 비롯됐다. NASA의 태양역학관측위성(SDO)이 포착한 영상에 따르면, 해당 흑점 군은 30여 개 이상의 개별 흑점으로 구성된 초대형 구조로, 강한 플라즈마와 자속이 얽혀 있는 고위험 지역이다.
NOAA와 벨기에 왕립천문대(SIDC)에 따르면, AR4246은 10월 11일부터 13일 사이 M2.7, M4.8 등 다수의 M등급 플레어를 발생시켰다. 특히, 10월 12일 13시50분 UTC에 기록된 C9.6급 장주기 플레어가 코로나 질량 방출(CME)을 동반하며 지구 방향으로 방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태양 활동의 급증은 현재 ‘태양 주기 25(Solar Cycle 25)’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지자기 교란 수준 ‘G2’…인공위성에도 영향 우려
NOAA의 최신 예보에 따르면, 지자기 활동의 강도를 나타내는 Kp 지수는 최대 5~6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통상적인 약(G1) 단계보다 높은 수준으로, 일부 지역에서 전력망 전압 불안정과 인공위성의 위치오차 및 통신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NOAA는 보고서를 통해 “G2 등급의 지자기 폭풍은 위성의 자세 제어와 HF(단파) 통신, 극항로 항공 운항에 간헐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로라 관측권, 뉴욕에서 스코틀랜드까지 확장
오로라 관측 가능 지역은 기존의 고위도 지역을 넘어 미국 북부와 캐나다 전역,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NOAA의 30분 단위 실시간 오로라 모델에 따르면, 10월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 북미의 중북부 전역에서 ‘녹색 커튼’이 하늘을 물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뉴욕, 미시간, 메인, 아이다호, 몬태나 등에서는 맑은 날씨와 낮은 광공해 조건이 맞물릴 경우 육안으로도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와 퀘벡 남부, 매니토바 지역이 최적 관측지로 꼽힌다.
관측을 위해서는 도시불빛으로부터 최소 30~60분 이상 떨어진 암야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으며, NOAA의 ‘30-minute Aurora Forecast’나 ‘My Aurora Forecast’ 앱으로 실시간 Bz(행성간 자기장 수직성분) 수치를 확인하면 관측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 “이번 CME 군집체, 예상보다 강할 수도”
우주기상물리학자 타미타 스코프(Tamitha Skov) 박사는 이번 CME 군집에 대해 “첫 번째 CME는 약할 수 있지만, 이후 세 개가 짧은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도착함에 따라 전자기 효과가 중첩되며 지자기 교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를 “팬케이크 구조(pancaked CMEs)”로 설명하며, “개별 CME보다 연속 CME가 훨씬 큰 에너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NOAA가 공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자기 폭풍의 피크 타임은 10월 16일 21시~17일 03시(UTC)로, 한국 시각으로는 17일 오전 6시~정오경에 해당한다.
과학기록: 2025년 10월, ‘태양 폭풍 클러스터의 달’
NOAA의 7일 우주기상 리포트에 따르면(2025년 10월 13일 발표), 이달 초부터 이미 4건 이상의 CME가 감지됐으며, 지구 자기권은 11~12일 G1(약한) 폭풍이 관측되는 등 불안정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연쇄적 태양 활동을 ‘태양 최대기 진입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으며, 향후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사이에 X등급 이상 폭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분야 전문가는 "이번 사흘간의 태양 폭풍은 단순한 오로라 쇼 그 이상이다. 태양과 지구를 잇는 우주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 그리고 기술 의존 사회가 맞닥뜨리는 취약성의 실험장이기도 하다"면서 "지구가 태양의 거대한 숨결 아래서 얼마나 섬세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우주적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