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시민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엘 세군도에 본사를 둔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Varda Space Industries)가 7월 10일(현지시간),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1억8700만 달러(약 25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내추럴 캐피털(Natural Capital), 슈러그 캐피털(Shrug Capital)이 주도하고, 피터 틸(Peter Thiel),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로써 바르다가 지금까지 조달한 누적 자본금은 3억2900만 달러에 달한다.
미세중력 기반 의약품 제조, 지상 한계 뛰어넘는다
바르다 스페이스는 자율 우주선을 활용해 궤도상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는 혁신적 사업 모델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상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의약품 결정화 문제를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 해결함으로써, 기존에 불가능했던 안정적이고 생체이용률이 높은 신약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첫 임무(W-1)에서는 HIV 치료제 '리토나비르'의 준안정성 Form III 구조를 우주에서 성공적으로 생산해 지구로 반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복잡한 바이오의약품도 우주에서 제조해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억8700만 달러, 실험실 확장 및 대량생산 체계 구축에 투입
이번에 유치한 자금은 캘리포니아 엘 세군도에 1만 평방피트(약 930㎡) 규모의 첨단 실험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제약 과학자들이 우주 기반 결정화에 적합한 바이오의약품 후보를 선별하고, 궤도상 제조를 위한 공정 엔지니어링 연구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우주로 발사되는 재료의 결정화 최적 조건을 사전에 파악,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성공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바르다의 공동 창업자인 델리안 아스파루호프는 "지상에서 공정 엔지니어링을 통해 바이오의약품이 어떤 온도와 조건에서 결정화되는지 미리 파악함으로써, 궤도에 올라갔을 때 우주 바이오리액터가 최적의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궤도 임무 실적과 기술 경쟁력
바르다는 2023년 첫 임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세 번의 성공적인 발사 및 귀환 임무를 완료했으며, 네 번째 우주선이 궤도에 있고 다섯 번째 임무가 2025년 내에 예정돼 있다. 각 임무에는 약 50kg의 활성 의약품 성분이 지구로 반환될 수 있는데, 이는 고부가가치 의약품의 경우 분기별 전체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는 로켓랩(Rocket Lab)의 포톤(Photon) 위성 플랫폼을 활용하며, 캡슐에는 NASA가 개발한 첨단 열 차폐 기술이 적용돼 재진입 시에도 의약품의 품질이 보존된다.

미세중력의 의약품 제조 효과와 시장 기회
지상에서 의약품을 제조할 때는 중력에 의한 대류, 침전 등으로 인해 결정화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억제돼 보다 균일하고 안정적인 결정 구조를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생체이용률이 높고, 기존에 불안정해 상용화가 어려웠던 신약 제형의 개발이 가능하다.
바르다가 겨냥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 특히 단일클론 항체 등 복잡한 분자 기반 의약품 시장은 2022년 기준 2100억 달러(약 280조원) 규모에 달한다. 우주 제조 기술이 본격 상용화될 경우, 기존 지상 제조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약 개발 경쟁이 촉진될 전망이다.
글로벌 협력과 미래 전략
바르다는 미국 공군, NASA 등과의 협력을 통해 우주 캡슐을 극초음속(마하 25) 재진입 시험에도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일상적인 우주-지구 간 의약품 생산·회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측은 "우주 내 의약품 제조가 궤도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번 실험실 확장과 연구개발 투자가 미래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투자와 기술 진전은 우주 미세중력 환경이 의약품 제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음을 상징한다. 바르다 스페이스의 행보는 단순한 우주산업을 넘어, 글로벌 제약산업의 혁신적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