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SK텔레콤이 발표한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AI(인공지능) 인력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정규직 5286명 중 40%가 AI 사업 관련 인력임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선언했던 SK텔레콤이, 정작 사업보고서에서는 AI 인력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나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 AI 인력, 업계 최고 수준에서 ‘대폭 축소’
SK텔레콤은 2023년까지만 해도 “AI 인력이 전체의 40%”라고 강조하며, 전통적인 이동통신사 이미지를 벗고 AI 중심 기업으로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실제로 AI·클라우드·데이터 등 비통신 신사업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AI 인력 채용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2025년 3월 17일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AI 사업 관련 인력의 구체적 수치와 비중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2024년까지 대외적으로 ‘40%’라는 수치를 강조했으나, 2024년 보고서에는 관련 언급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AI 인력의 구체적 수치(정규직 대비 비율, 절대 인원 등)가 명시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종속회사 변동 내역에서 AI 반도체 자회사 리벨리온(구 사피온코리아)의 지배력 상실 등의 내용을 볼 때 핵심 AI 인력 및 조직의 대폭 축소가 확인된다.
또한, 연구개발 조직 및 인력 현황에서 AI 전담 인력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3년 기준 AI·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사업 부문 인력이 2000명 이상이었으나, 2024년에는 관련 조직이 통폐합·축소되면서 실제 AI 인력은 1000명대 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 AI 인력 축소의 배경과 사업전략의 이중성
SK텔레콤의 AI 인력 축소는 단순한 인력 감축 차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AI 사업 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AI 신사업의 매출·투자·조직 현황이 전년 대비 보수적으로 조정된 흔적이 역력하다.
AI 반도체 사업의 경우, 2022년 영업양도와 2024년 리벨리온의 지배력 상실로 핵심 AI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또한, AI 연구개발비 역시 2023년 1400억원대에서 2024년 1300억원대로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AI 인력과 조직이 축소된 반면, SK텔레콤은 대외적으로 여전히 ‘글로벌 AI 컴퍼니’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와 별도로 배포된 보도자료, IR 자료 등에서는 AI 얼라이언스, AI 인재 확보, AI 신사업 투자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내부적으로는 AI 사업의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엇갈린 언행, ‘AI 컴퍼니’ 선언의 신뢰성 논란
SK텔레콤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 안팎에서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통신사업 성장 둔화에 대응해 AI 중심의 신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면서, 실제로는 AI 인력과 조직을 줄이고 기존 통신·미디어 사업에 역량을 재집중하는 모순된 전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G 시장의 성숙과 알뜰폰 시장 확대 등으로 통신서비스 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AI 신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번 AI 인력 축소는 그 전략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진다. 실제로 사업보고서에는 AI 신사업의 매출·조직·인력 등 핵심 지표 공개를 최소화하거나 축소하는 등, 대외 메시지와 내부 실적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 SK텔레콤의 ‘AI 컴퍼니’ 도약, 선언에 그칠 우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2024년 사업보고서는 AI 인력의 대폭 축소와 조직 재편을 통해,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 선언이 선언에 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통신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던 SK텔레콤이, 실제로는 AI 인력 감축과 신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전략적 일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SK텔레콤이 AI 신사업에 대한 실질적 투자와 인력 확충으로 ‘AI 컴퍼니’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선언적 슬로건에 머물지 업계의 주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