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8 (화)

  • 맑음동두천 -4.1℃
  • 맑음강릉 0.8℃
  • 맑음서울 -1.9℃
  • 구름조금대전 -1.2℃
  • 맑음대구 1.5℃
  • 맑음울산 2.0℃
  • 흐림광주 4.4℃
  • 맑음부산 3.8℃
  • 흐림고창 2.9℃
  • 제주 10.6℃
  • 맑음강화 -1.2℃
  • 맑음보은 -2.6℃
  • 맑음금산 -1.0℃
  • 흐림강진군 5.7℃
  • 맑음경주시 1.3℃
  • 맑음거제 4.7℃
기상청 제공

Opinion

[플라이미투더문] 노래가 시절을 기억하듯, 단어는 고객의 삶을 기억한다

쿠자의 플라이미투더문 ⑤

 

이른 점심시간의 식당,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린다. 오늘의 메뉴는 남자의 2대 소울푸드 중 하나인 제육볶음. 동석한 회사 후배와 이런저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귓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린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가사의 멜로디가 머릿속을 스쳤다면 아마도 필자와 같은 시대를 향유 했으리라. 멜로디로 촉발된 기억속에는 노래 가사뿐 아니라 그 시절의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대학시절 친구들 과의 술자리, 동아리 MT, 전공 수업 등 노래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그 시절이 기억이 패키지화 되어 고스란히 담겨있다.

코칭 세션을 진행하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이 언제 인지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고객 삶의 “단어”를 찾았을 때라고 답할 것이다. 고객의 언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반복되는 단어, 인생의 중요한 사건 사고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자신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 단어는 마치 시절을 기억하는 멜로디 와도 같이 고객의 삶을 기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어의 사전적인 정의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객관적인 의미를 뜻하지만, 보통 이러한 고객 삶의 단어는 사전적 정의 이상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거나 본인만의 독특한 정의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 코칭에서 “실수” 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 고객을 만난 적이 있다. “실수” 라는 단어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이자 어느 누구도 그 의미를 헷갈릴 수 없는 비교적 명쾌한 의미를 지니는 단어임에도 고객에게는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지니는 특별한 단어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라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만 해도 누구나 겪을만한 상황 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모범적인 사람이 되려면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후 이어지는 코칭에서 고객의 삶 속 “실수”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 단어 속에 memorize된 유년시절의 두 가지 작은 사건들과 이로 인해 잘못 해석된 정의를 깨닫게 되었다.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잘못된 정의를 이야기하자면, 이 고객에게 있어 실수 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의도를 가지고 행위를 하는 것” 이라는 그릇된 의미로 자리잡아 있었다.

딸아이 유치원의 주간 안내문에서 본 적이 있다.

“옳지 않은 행위를 알면서도 행하는 나쁜 행동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나쁜 행동은 늘 유혹이 있지만 이성으로 이겨내야 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든지, 쓰레기를 길에 버리지 않는다든지 등의 경우 말이다. 이는 명백히 “실수” 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고객은 이러한 “나쁜 행동”을 어린시절 어떠한 계기로 “실수” 라는 단어로 인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실수” 라고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으로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모양이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실수는 고객에게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는 기제로 자리잡다 보니, 일을 함에 있어 늘 실수를 할까 망설이고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실수가 발생했을 때마다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이 때부터 고객과 필자는 “실수”라는 단어와 “나쁜 행동” 이라는 단어의 비교를 통해 재정의 과정을 거쳤고, 이후 고객은 본인의 두려움의 본질을 마주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코칭에서 코치가 가장 버려야 할 것을 묻는다면 단연 “EGO” 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게 맞을 거야.”, “너는 이렇게 생각 했던 게 분명해.”, “그럴 땐 이렇게 해야 해.” 등의 생각은 모두 코치의 에고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단어에 대한 정의는 어떨까? “실수란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을 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이다.” 라는 정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이는 코치의 에고가 아니야 라는 생각이 오히려 또다른 에고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객관적인 단어와 표현이라 할 지라도 상대방에게 있어서는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으며, 코치는 이를 상대방의 입장과 시선에서 함께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에고를 버린 고객중심의 코칭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늘 코칭 시작 전 “힘 빼기” 의식을 실시한다. 살면서 깨달은 몇 안 되는 깨달음 중 하나가 바로 이 “힘 빼기” 이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목에 힘을 빼야 하고,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스윙에서 힘이 빠져야 하며, 옷 잘입는 사람이 되려면 스타일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코칭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 들에서 힘을 뺀다면 코치는 온전히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겨 성공하는 코칭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1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플라이미투더문]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이유…복잡계의 창발적 현상

얼마 전 AI 관련 포럼을 양일간 다녀왔는데 상당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 바로 ‘창발적 현상’ 이라는 녀석과의 만남이었다. ‘벌목’이라는 단어를 벌의 머리아래 목 언저리 부위로 이해하는 요즘 세대의 어느 친구라면 발이 달린 창문을 떠올렸을 수도 있겠으나, ‘창발’이라는 단어는 기대 이상으로 심오한 뜻을 지녔다. “창발(Emergence)이란 개별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분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속성, 구조, 패턴, 혹은 기능이 전체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계란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패턴이나 질서가 스스로 형성되는 시스템’을 뜻한다. 즉 ‘복잡계’라는 ‘과정’을 통해 ‘창발적 현상’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경제의 창발적 현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온 국민이 글로벌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각자가 개별 경제주체로써 올바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일 텐데, 신기하게도 각 개인은 오로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독립적으로

[마음 회복 연구실] 코칭은 깊은 호기심…진심어린 호기심에 대한 20번의 실험을 마치며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듣고 있습니까 회의실에서 팀원이 말한다. “우린 늘 이렇게 해왔는데요?.”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치는가? “관행을 고집하는 완고함”? “변화를 두려워하는 저항”? 혹은 “검증된 방식에 대한 신뢰와 안전에 대한 욕구”? 같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세 개의 의미가 숨어 있다. 나는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다.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려면 단어가 아니라 맥락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지난 20주 동안 한 편씩 글을 써오며 내 안에서도 일어났다. ◆ 스무 번째 글, 그리고 나를 마주한 시간 어느덧 스무 번째 칼럼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약속이 작지만 버거웠다. 주말이면 노트북을 열고 생각을 정리하려 할 때마다 피곤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졌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의 흐트러진 생각을 한 줄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되었고, 그건 셀프 코칭의 과정으로 발전했다. 이 시리즈를 써오며 나는 ‘코칭의 정의’를 머리로가 아니라 손끝으로 익혔다.

[눈치코치] ‘자기계발’과 ‘자기개발’

스무 번째 칼럼을 앞두고 문득 저 네 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필진으로 참여한 두 명의 동기 코치와 ‘각자 20편씩, 도합 60편의 칼럼으로 1단원을 마무리하자’며 ‘도원결의’를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의 차이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어학사전과 챗GPT를 찾아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더군요. ‘자기계발’은 내면을 닦는 과정이고, ‘자기개발’은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즉, 자기계발은 사람으로서의 성장, 자기개발은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뜻합니다. 코칭을 공부하며 첫 단계 인증코치(KAC)가 된 저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커리어(Career)’에 천착했습니다. 5번의 이직, 성격과 업태가 모두 다른 기업들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까지 - 약 20여 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정작 저는 ‘자기계발’과 ‘자기개발’을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그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직장인은 조직 안에서 좋은 구성원(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핵심인재(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합

[마음 회복 연구실] 상처는 흉터가 아닌, 성장의 나이테

◆ 설악산의 기억, 그때 나는 나를 이겼다 지금도 '산'하면 15년 전 회사 팀워크숍으로 갔던 설악산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 팀은 무려 1년을 준비했다. 각자 주말마다 작은 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고 함께 회사 계단을 오르내렸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새벽에 한계령에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초반엔 웃으며 사진을 찍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허벅지는 천근만근, 머릿속에는 조직장에 대한 원망과 함께 '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목표보다 지금의 고통을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것들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 장만했던 등산복이 땀에 흠뻑 젖은 느낌, 얼굴에 엉긴 소금기, 그리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날이 내 인생에서 분명한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마음속에서 되뇌곤 한다. "그때 내가 설악산을 올랐잖아. 그러니 이번에도 할 수 있겠지." ◆ 상처는 흉터가 아닌, 나이테가 된다 삶도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 누구나 몇

[눈치코치] 스페셜리스트와 제네럴리스트…당신의 선택은?

어느덧 여섯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 자신을 문득 살포시 돌아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저는 말년 군인에서 다시금 ‘군기 팍 든’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고심 끝에 들어간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습니다. 23년 전 공채로 입사해 4년 남짓 다니며 대리로 특진도 했지만, 결국 제 선택은 ‘이직’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심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될래, 아니면 조직 안에서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 성장할래?” 제 선택은 ‘스페셜’이었습니다. 그래서 홍보라는 본래의 신호를 벗어나진 않았지만, 과감히 업종을 바꾸며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 이직을 해야만 스페셜리스트가 될까요? 제 대답은 단호히 “그렇다!”입니다. 한 회사에서 같은 팀, 같은 본부에 수십 년을 머무는 건 - 자의든 타의든 -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정년까지 한 조직에서 근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의지나 조직장과의 관계, 회사 시스템의 변화,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언젠가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결국 나만의 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