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세계적 랜드마크인 파리 에펠탑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하얀 코끼리’ 신세가 될 위기에 놓였다. 2024년에 약 141억원(85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31년까지 누적 적자가 약 513억원(31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얀 코끼리’란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왕들이 신성하게 여긴 희귀한 흰 코끼리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이 흰 코끼리는 왕이 신하에게 선물로 줄 때, 신하는 이를 거절할 수도 팔 수도 없고, 일을 시키지도 못하는 매우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먹이와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버리면 왕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신하는 큰 부담을 지면서도 끝까지 책임져야 했다. 결국 큰 경제적 부담만 주는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를 의미하게 됐다.
경제 및 비즈니스 용어로는 큰 투자나 비용이 소요되지만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업이나 자산, 혹은 효용이 적어 유지가 부담되는 시설 등을 가리킨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를 위해 건설됐으나 사후 활용도가 낮아 비용만 축내는 시설들이 ‘하얀 코끼리’의 대표적 사례이다.
Eiffel Tower Tickets & Tours, sortiraparis.com, sumesum.tistory.com, 더타임즈에 따르면, 결국 입장료를 36.10유로(약 6만원)로 지난해보다 18%나 인상했으나 적자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주요 원인은 과도한 수리비와 인건비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에펠탑 유지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2018년 대규모 재도장 비용은 초기 예산 5000만 유로에서 1억4200만 유로로 3배 가까이 뛰었고, 엘리베이터 개보수 비용도 3200만 유로에서 5800만 유로로 급증했다. 직원 441명의 평균 연봉은 약 7만2000유로(1억원 이상)이며, 공휴일 보상과 복지 비용도 상당해 인건비 부담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약 2460억원의 수입 손실도 결정타가 됐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은 에펠탑 운영사인 SETE가 구조물 유지보수 비용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다고 보고하며, 재정 운영 전반에 걸친 계획 미흡이 이번 적자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 지적했다.
한때 에펠탑의 미학적 상징으로 인식된 ‘화이트 에펠’(밤에 하얗게 빛나는 조명 쇼)은 2022년부터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거의 중단됐다. 기존의 노란빛 조명과 매시 5분간 펼쳐지는 반짝임 쇼가 명소의 낭만을 유지하고 있으나, ‘하얀 에펠’의 화려함을 맛보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재정난에 대응해 파리 시의회는 지난해 18% 인상된 티켓 가격에 대해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한편 파리 현지에서는 세계적 관광 명소의 재정난에 대해 의아해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지 라디오 방송 진행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 중 하나인데 어떻게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에펠탑이지만 고비용 구조와 수입 감소에 시달리며 관광 명소로서의 빛이 점점 바래가는 실정이다. 프랑스 당국과 파리 시는 추가 입장료 인상 및 운영 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나, ‘하얀 코끼리’ 신세 전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명소를 지키기 위한 고육책에 이해를 표하면서도, 지나친 비용 부담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에펠탑이 과연 상징성과 경제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