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AMD(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가 불과 열흘 사이 오라클(Oracle)과 오픈AI(OpenAI)를 연이어 고객 리스트에 올리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제2의 엔비디아’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AMD가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를 흔드는 “新 AI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클, AMD AI칩 5만개 도입…‘脫엔비디아’ 선언
Yahoofinance, Investopedia, TechCrunch, cnbc, 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6년 하반기부터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OIC)에 AMD의 차세대 MI450 인스팅트(Instinct) GPU 5만개를 도입한다고 14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다년 계약으로, 오라클은 2027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담당 수석 부사장 카란 바타(Karan Batta)는 CNBC 인터뷰에서 “AI 추론용 GPU 수요에서 AMD의 개방형 솔루션이 폭넓게 채택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AMD는 이번 협약을 자사의 헬리오스(Helios) 랙 서버에 기반한 에픽(EPYC) 프로세서와 ‘펜스 벌케이노(Pens Vulcano)’ 네트워킹 기술을 접목해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오라클-AMD 협력은 AI 인프라를 엔비디아(GPU) 단일 공급체제에서 다원화하려는 빅테크 업계의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픈AI, 1000억달러 규모 AMD칩 구매 계약
AMD는 불과 열흘 전인 10월 6일 오픈AI와 수년간 총 6기가와트(GW)에 이르는 연산용량을 제공하는 GPU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가치는 1000억달러(약 137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픈AI는 AMD 지분 최대 10%를 확보할 수 있는 옵션도 받았다. AMD는 2026년 하반기부터 MI450 GPU를 오픈AI의 스테이트게이트(Stargate) 슈퍼데이터센터에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AMD의 CEO 리사 수(Lisa Su)는 “이번 제휴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AI 인프라를 구현하는 승-승(WIN-WIN)의 모델”이라며 “AI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적 도약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아성 흔드는 AMD의 폭주
오라클·오픈AI 두 건의 메가딜이 잇따라 발표되자 AMD 주가는 6일 하루 24% 폭등한 데 이어 15일 또다시 9.4% 급등하며 238.6달러로 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AMD는 97% 상승해 엔비디아(34%)를 크게 앞질렀다. 반면 엔비디아는 최근 일주일 사이 4.4%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애큐멘그룹에 따르면 AMD 주가는 52주 최고가 232.89달러를 돌파했으며, 기술적 지지선은 200~205달러, 저항선은 225~230달러 수준이다. 주요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HSBC는 310달러, 웨드부시는 270달러, 바클레이즈는 300달러를 제시했다.
“AI 황금십년, 새로운 챔피언 탄생”
전문가들은 AMD의 최근 상승세를 단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보고 있다. 나스닥 분석가들은 “AMD가 AI 칩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한 엔비디아의 독점 구조를 허무는 첫 번째 유효 경쟁자로 부상했다”며 “개방형 연산 솔루션과 가격 경쟁력이 결합된 AMD의 MI450은 AI 인프라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BC는 “AI 인프라를 지탱하는 GPU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빅테크들이 ‘脫엔비디아’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AMD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AI 인프라를 다원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이는 글로벌 AI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2025년 10월은 “AI 반도체 시장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AMD의 폭등은 단순한 주가 이슈가 아니라, 기술 패권의 균형추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