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최근 3년간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된 증여성 송금 규모가 16조원을 돌파하면서, 부모가 자녀나 가족에게 보내는 외화 송금이 사실상 ‘세금 회피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국민의힘, 부산 북구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당발송금(개인 이전 거래)’ 규모는 총 122억700만 달러, 한화 약 16조3428억원에 달했다.
해마다 증가세…2022년 4조원 → 2024년 4.7조원
연도별로 살펴보면 개인 이전 송금 건수는 2022년 46만2000건에서 2023년 49만 건, 2024년 49만100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송금 금액 역시 2022년 4조278억원(31억1700만 달러)에서 2023년 4조4597억원(34억1500만 달러), 2024년 4조7125억원(34억5400만 달러)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8월까지도 이미 3조142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으로의 송금이 1조5961억원(13만7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3651억원, 3만7000건), 호주(1776억원, 1만6000건), 일본(1136억원, 1만3000건) 순이었다. 한국 내 자녀 유학비나 가족 생활비 명목이라는 설명이 따르지만, 실제 증여세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무증빙 송금 5년간 22조원…세금 회피 가능성 제기
국회 기재위 신영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보한 별도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6월) 무증빙으로 이뤄진 해외 개인 송금은 약 22조2500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약 5조원 규모로, 미국으로의 송금이 절반인 11조원에 달한다. 2024년 상반기에만 2조4842억원이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7월 무증빙 송금 한도를 연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상향한 이후 급증한 것이다. 한도 인상은 외환자유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고액 증여성 송금의 ‘합법적 탈세’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세청 통보는 ‘형식적’…AI 분석 통한 모니터링 강화 시급
현행법상 연간 10만 달러 이내 송금은 별도 증빙 없이 가능하며, 1회 1만 달러 이상 또는 연간 누계 1만 달러 초과 시 국세청에 통보된다. 하지만 통보 후 실질적 탈세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은 미비한 상태다. 최근 국세청은 인공지능 기반의 ‘증여 의심 거래 자동탐지(AI gift audit)’ 체계를 도입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반복적 소액 송금과 가족 간 계좌이체 패턴을 분석하는 금융데이터 기반 AI 추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자진신고 중심의 제도가 유지되고 있어, 해외 계좌나 외국인 명의를 활용한 역외증여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실납세자 허탈하게 해선 안 돼”…투명성 제고 촉구
박성훈 의원은 “성실 납세자가 허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외 ‘꼼수 증여’ 가능성을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납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 전문가들은 증여세 과세 체계와 외환 관리 제도의 연계를 강화하고, 자녀 유학비와 거주비 명목 송금 내역을 세무당국이 정기적으로 교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2025년부터는 금융당국이 소액·반복 송금도 증여 의심 거래로 자동분류하는 인공지능 분석을 본격 시행함에 따라, 앞으로 세무 리스크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