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글로벌 소비재 공룡 프록터 앤 갬블(Procter & Gamble, P&G)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무역관세 정책 여파로 연간 1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25년 8월부터 미국 시장 전체 제품의 25%에 대해 평균 ‘중간 한 자릿수(약 2~5%)’ 가격 인상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냈다.
“관세 부담, 연간 10억달러…가격 인상 불가피”
Al Jazeera, CNN, NDTV, USA Today 등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P&G는 최근 2026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와 함께, 관세가 연간 최대 10억달러의 비용(중국산 수입 2억달러, 캐나다 수입 2억달러, 기타국가 6억달러)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이 비용은 기업 전체 연매출원가의 약 3% 수준에 달한다는 게 P&G측 설명이다. 해당 비용 증가분은 제품가격 인상과 일부 원가절감, 공장 해외이전, 인력 구조조정 등 ‘비상경영 체제’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6% 인력 감축과 비핵심 시장 철수 방안을 공식화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공급망 시스템에 집중투자도 병행한다.
인기 브랜드 대거 포함…소비자 체감 인상 확대
인상 대상에는 타이드(Tide) 세제, 크레스트(Crest) 치약, 샤민(Charmin) 화장지, 오랄-B(Oral-B) 전동칫솔, 업그레이드 Luvs 기저귀 등 주요 생활필수 브랜드(총 25%)가 대거 포함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안드레 슐텐은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매장에서는 8월부터 인상된 가격표가 붙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소비자 ‘지갑 닫기’ 심화…체감 불황·실적 둔화 전망
실제, P&G와 월마트·베스트바이 등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인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의 구매행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PYMNTS Intelligence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핵심 생활필수품’ 품귀를 보고했고, 젊은층·저소득층에서 가격인상이 더 큰 체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P&G는 “소비자들이 장바구니를 더욱 신중하게 관리하고, 저가 채널(창고형 할인점·대용량 제품·프로모션 상품)에서 가성비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4분기 순매출은 208억9000만달러(전년비 +2%)로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소폭 상회했으나, 연간 성장률 전망은 1~5%(전년 ‘플랫’)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관세발 비용증가와 시장 불확실성, 소비침체에 따른 구조적 대응 필요성을 반영한다.
CEO 교체까지 단행…새 리더십과 위기 돌파 전략 주목
한편, P&G는 2026년 1월 1일부로 기존 COO인 샤일레시 제주리카르(Shailesh Jejurikar)를 새 CEO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 CEO 존 모엘러는 이사회 의장으로 전환된다. 제주리카르는 인도출신으로 1989년 입사 후 30여년간 글로벌 핵심사업(타이드·아리엘·다우니 등)을 두루 거친 내부 ‘브랜드 빌더’로, 공급망 혁신과 현지화 전략 등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관세발 ‘가격 전가’ 도미노, 사용자 선택과 기업전략 모두 시험대 올라
P&G를 필두로 글로벌 소비재 업계는 ‘관세→가격 인상→소비 감소→성장 둔화’라는 구조적 파고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타사(월마트·나이키·포드 등)도 예외 없으며, 단순 가격전가를 넘어 공급망 내재화와 혁신 가속화가 ‘생존의 방정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