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국내 렌터카업계 1위 롯데렌탈을 인수한다.
롯데는 6일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이하 어피니티)와 롯데렌탈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체결했다. 대상회사의 가치는 100% 기준 2조8000억원으로 거래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이며,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지분 61.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지분 매각 이후에도 5%는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최종 거래가격은 향후 실사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어피너티는 업계 2위 SK렌터카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매각 후에도 '롯데'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향후 3년간은 SK렌터카와의 합병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주주사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의지와 매수자의 적극적인 가격 제안이 일치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며 "직원들이 우려하는 SK렌터카와의 합병은 최소 3년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일정은 8주간의 실사와 추가 협상을 거쳐 내년 2월 중순 본계약 체결, 금융 당국 승인을 거쳐 6월 말 최종 거래종결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직원 고용안정과 위로금 보상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최 대표는 "대주주가 사모펀드가 된다고 해서 회사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고차 렌탈, 상용차, 소매를 중심으로 한 사업영역 확장과 순증 확대를 통한 절대적 1위 사업자 지위 강화 등 회사의 성장 전략에도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대기업 집단 소속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최 대표는 "산업적 측면에서 1,2위 업체가 과거보다 더 원활한 환경 하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서로 배움을 통해 국내 렌터카 산업을 고도화하고 더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매매대금을 차입금 상환과 글로벌 진출과 글로벌 브랜드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롯데렌탈의 미래 경쟁력과 지속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자를 선정했다"며 "롯데렌탈 구성원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인수하면서 국내 렌터카 시장 1, 2위 사업자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롯데렌탈의 시장점유율은 약 20%, SK렌터카는 15.7% 수준이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판매 사업도 앞두고 있으며 자동차 공유 플랫폼 쏘카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동차 매니지먼트’ 종합 기업으로 활용하기 용이하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산 점유율이 35%를 넘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롯데렌탈은 실적 상승세에 현금 창출력이 좋아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 외에 쏘카, 타이어뱅크 등 국내 전략적투자자(SI)도 관심을 보였다. 막판 경쟁이 붙으면서 매각가가 더 뛰었다. 어피니티는 일찌감치 인수전에 뛰어들어 롯데와 협상을 이어갔고 풍부한 실탄을 토대로 인수에 성공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유통과 화학 양 축 모두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호텔롯데는 면세점 사업 부진 속에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올 3분기 기준 2조3061억원 수준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짜 매물인 롯데렌탈을 팔아 최근 적자 전환한 호텔롯데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돼 한 숨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에 이어 새롭게 주목되는 건 또 다른 알짜 매물인 롯데칠성음료까지 M&A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지주(45.00%), 롯데알미늄(7.64%), 롯데장학재단(5.41%), 호텔롯데(4.83%) 등이 주요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