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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고 얕보지 마라. 휴가는 휴가다"…숏케이션과 반차캉스에 담긴 '철학'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과거 ‘휴가’는 길고 무거웠다. 오랜만에 주어지는 기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중히 계획을 짜고 큰맘 먹고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휴가는 짧고 가볍다. 연휴를 이용해 짧은 여행을 떠나고, 반차에도 휴가 분위기를 제대로 낸다. 요즘 세대의 요즘 휴가를 알아봤다.

 

휴가의 개념이 점점 짧아진다


2024년은 직장인들에게 황금 같은 해다. 금과 같은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1월 1일 신정을 월요일로 시작한 이후 설 연휴를 대체공휴일 포함 4일 연속으로 쉬었고, 삼일절은 금요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은 월요일로 주말을 붙여 쉴 수 있다. 추석 연휴는 토요일부터 그다음 주 수요일까지 5일간 이어진다.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도 목요일이기 때문에 휴가만 잘 쓰면 4일을 이어 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도 휴가 트렌드는 숏케이션이 강세일 것으로 예상된다.


숏케이션은 ‘짧다’라는 뜻의 숏(Short)과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단어로, 3일 이내 짧은 기간 내 가까운 거리의 일본 및 동남아 국가 등을 여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 호텔 전문 사이트는 지난해 여행 동향을 정리하면서 근거리, 단기, 혼행(1인 여행)의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은 일본, 베트남, 태국, 필리핀, 미국 순으로 관심이 많았고, 여행 기간은 1일 이상 3일 이하 단기 여행 검색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숏케이션에 앞서 팬데믹 당시에는 ‘숏캉스’ 바람이 불었다. 여행은 물론 대면접촉마저 어렵게 되자 그 대안으로 호텔에서 짧게 머물며 바캉스를 즐기던 것이다. 이제는 더 짧은 반차캉스가 유행이다. 말 그대로 직장인들이 반차를 쓰고 나와 짧게 호캉스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호텔업계도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 호텔은 오전 11시 체크인해 오후 3시 체크아웃하는 ‘반차캉스’ 패키지, 오전 11시부터 자정 사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 12시간 머물수 있는 ‘반나절 호캉스’ 패키지, 객실 공간을 업무공간으로 활용해 9시간 머물 수 있는 ‘호텔에서 출근해’ 패키지, 잠시 쉬어가는 ‘낮잠이 필요해’ 패키지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짧은 만큼 유연해지는 시장


숏케이션, 반차캉스 등 휴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상품이 생겨나는 것은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제시한 ‘분초사회’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분초(分秒)를 다투며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빗댄 용어다. 시간 가성비를 따지는 현대인은 황금 같은 연휴, 짧지만 확실한 자유시간인 반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길 바랄 것이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과도 이어진다. 호텔, 관광 업계에서는 하나의 제품에 하나의 가격이 형성되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틀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1물 N가 시대다. 플랫폼 시장의 형성 및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은 이미 시간, 채널, 소비대상, 옵션 등에 따라 상품, 서비스 가격 등을 다변화하고 있다.


영화 조조할인 및 심야할인은 시간 버라이어티 전략이 도입된 대표적 예다.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라 항공권, 숙박도 가격 차이를 보인다. 골프장도 새벽, 야간 라운드 그린피, 주중과 주말 그린피를 다르게 받는다. 채널 버라이어티 전략은 판매 채널, 즉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 등 같은 제품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고객 버라이어티 전략은 수험생 할인, 군인 할인과 같이 특정 고객에게 맞춤형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지역주민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골프장들도 있다. 마지막으로 옵션 버라이어티 전략은 제품의 옵션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시키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면 좋고, 기업은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면 이득이다. 시장도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있다. 바로 정보의 불균형이다. 더 다양한 플랫폼을 알지 못하거나 정보 수집이 어려운 사람들은 가격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고 이것은 소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정보를 접하고 소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골프장에서도 반차를 더 즐겁게 보내고 싶은 고객, 숏케이션을 이용해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고객에게 ‘골프’라는 선택지를 어필할 필요가 있다. 올해 우리에게 주어질 황금 같은 시간을 골프장 안에서 더욱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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