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8 (수)

  • 맑음동두천 -3.5℃
  • 맑음강릉 2.6℃
  • 박무서울 -0.7℃
  • 맑음대전 0.6℃
  • 맑음대구 -1.3℃
  • 맑음울산 0.8℃
  • 맑음광주 -1.5℃
  • 맑음부산 2.3℃
  • 맑음고창 -5.4℃
  • 맑음제주 6.3℃
  • 맑음강화 1.5℃
  • 맑음보은 -6.2℃
  • 맑음금산 -5.0℃
  • 맑음강진군 -3.9℃
  • 맑음경주시 -5.9℃
  • 맑음거제 0.9℃
기상청 제공

Opinion

[Future Hands up]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쿠자의 Future Hands up ⑥

 

“기린은 왜 목이 길까?”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어야 되잖아.”

 

에버랜드 로스트벨리 앞을 서성이던 두 어린이의 대화가 흥미롭다. 기린은 진정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높은 나뭇잎’이라는 자신 만의 블루오션을 독점하기 위해 긴 목의 형태로 진화한 것일까? 또 시작이냐는 듯한 와이프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한 채 자연과학적 사고를 조심스레 이어나가 본다.

 

[외적응 (Exaptation)]

 

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여러 문구 중 화자가 좋아하던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기능은 기원이 될 수 없다.’

 

기능은 결과일 뿐이고 그 과정의 시작점에 다른 목적의 기원이 있다는 뜻이다. 높은 나뭇잎을 먹는 ‘기능’ 은 긴 목이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기에 그것이 진화의 기원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진화생물학 에서는 이를 ‘외적응(Exaptation)’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적응이란 원래의 기능을 위해 생긴 구조가, 나중에 전혀 다른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새의 깃털이다. 원래는 체온유지용으로 진화한 깃털은 후에 비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능을 갖게 해주었다.

 

[김대리의 외적응]

 

“김대리, PPT기가막히게 만들었구만. 자넨 앞으로 이것만 해!”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김대리의 숨겨진 역량을 발견했다는 듯 박부장이 소리쳤다. 높은 잎을 먹는 기린에게 자네 목은 그걸 위해 타고난 것이라고 칭찬하듯 말이다.

 

기능은 결코 기원이 될 수 없다. 박부장이 진정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다면 김대리의 표면적 기능(PPT)이 아닌 그 기능을 가지게 된 기원을 간파했을 것이다. 그것이 ‘설명력’ 일 수도 있고 ‘체계화 능력’, 혹은 ‘시각화 능력’ 일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각했더라면 김대리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조직의 성공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의 리더는 잊지 말아야 한다. 기능은 현재의 모습이고 기원은 미래를 설계할 단서이다.

 

[맥락 중심의 인간]

 

AI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Vibe Coding (말로 쉽게 하는 코딩) 이 대세인데, 많은 이들이 대세에 따라 AI를 코딩의 도구로써 적극 활용 중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능의 기원, 즉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 이라는 본연의 특성에 집중하여 AI를 ‘전략 수립’, ‘글쓰기’ ,‘시각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기능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수많은 신 기능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시대에 오로지 표면적 기능에만 집중하고 편협하게 사용하는 것은 일차원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기능의 기원을 파악하고 이를 응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로운 현상과 기술에 대한 맥락의 이해는 기원의 파악과 더불어 응용의 지혜를 가져다 줄 것이다. 명심해야 한다. 기능 중심의 사고는 ‘성과 중심 인간’을 만들 것이고, 기원 중심 사고는 ‘맥락 중심 인간’을 만들 것이다.

 

글의 마무리에 앞서 한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사실 위에서 여러 번 강조한 기원의 파악 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보여지는 기능에 대한 올바른 파악이다. 제대로 된 기능 파악이 되지 않으면 기원에 대한 탐색은 시작조차 의미가 없다. 그래서 여러분께 귀뜸을 드리자면 사실 기린은 높은 나뭇잎뿐 만 아니라 낮은 곳의 나뭇잎 역시 즐겨 먹는다고 한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배너
배너
배너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분홍소시지'와 맞바꾼 인도行 티켓이 가져온 '나비효과'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다양한 기업의 브랜드 체계를 짜주며 나는 늘 생각했다. 멋진 슬로건과 로고, 브랜드 체계를 만들어주지만, 과연 이 기업들이 내부에서도 이 가치를 지키고 있을까? 제안서 속의 화려한 전략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바른먹거리’라는 철학으로 유명했던 한 식품 기업의 마케팅본부로 이직을 결심했다. 밖에서 볼 때 그곳은 브랜드 가치가 가장 잘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진짜 내부에서도 그 가치가 지켜질까? 내가 확인해 보겠어.' 호기심과 포부가 가득했다. 입사 며칠 후, 점심시간이었다. 반찬으로 추억의 ‘분홍 소시지’가 나왔다. 어릴 적 도시락 반찬으로 최고였던 그 맛이 반가워 리필까지 하며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선배가 말없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식품 첨가물의 유해성에 관한 책이었다. “래비님, 우리 회사에서는 식품 첨가물에 대해 매우 엄격해요. 금지하고 있는 첨가물이 왜 위험한지는 알아야죠. 그거 한번 읽어보세요.” 얼굴이 화끈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이직해 오는 경력직 연구원이나 마케터들이 “왜 다른

[콘텐츠인사이트] 간만에 시즌2가 기대되는 디즈니플러스…<메이드 인 코리아>를 보고

“〈메이드 인 코리아〉 봤어? 어때? 재밌지?” “어, 뭐지? 어디서 볼 수 있는 거야?” 평소 신작 콘텐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해피 유저’인 터라, 이 한마디에 바로 귀가 솔깃해졌다. “현빈 나오고, 정우성도 나오는데 볼 만하더라고.” 사실 고백하자면, 아주 친한 누나가 대표급으로로 계신 지라 구독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카지노〉 이후로는 딱히 끌리는 작품이 없어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구독을 해지했었다. “누나, 잘못했어요… 고백하며 사과드립니다.” ◆ 뭐든지 안주하면 안 되고, 참신해야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현빈이라는 배우였다.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걸맞은 변신을 이어온 터라 이번에도 자연스레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보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누가 봐도 보디가드, 누가 봐도 중앙정보부 과장 같은 체격. 마동석급 벌크업에 수트핏까지 더해지니 캐릭터 설득력이 단번에 살아났다. 사실 2회까지는 다소 평이했다. 1화는 설경구 주연의 〈굿뉴스〉와 상당히 유사한 전개였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의 조합처럼 느껴져 실망감도 있었다. 하지만 3회부터 스토리가 착착 감기기 시작했다. 명조연들의 합류, 뻔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펀(fun)’하게 끌

[커리어 블렌딩] 나열하지 말고 구조를 세워라…MECE 전략 만들기

1. 클릭을 유도하는 '기획자',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 나의 20대 중반, 명함에는 '영화 온라인 마케터'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다. 당시 영화 홍보의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나의 주된 업무는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온라인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배너를 클릭하게 만들까?", "어떤 경품과 카피를 걸어야 댓글이 폭발할까?" 하루하루가 아이디어 싸움이었다. 트래픽을 올리고, 조회수를 터뜨리는 일은 짜릿했다. 기자 시절 터득한 '헤드라인 뽑기' 실력 덕분에 나름 성과도 냈다. 하지만 화려한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허전함이 밀려왔다. 나는 조금 더 본질적이고, 단단한 무언가를 쌓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2. 과거의 인연이 건넨 새로운 티켓 그때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 건, 뜻밖에도 과거의 짧은 인연이었다. 홍보사 입사 전, 외국계 광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당시 나를 눈여겨보셨던 한 분이 브랜드 컨설팅 회사로 이직하시면서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래비씨가 일을 대하는 태도나 센스를 내가 기억해. 이번에 내가 가는 곳은 브랜드를 만드는 컨설팅 회사인데, 여기서 제대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