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갸~ 여기엔 모 놓을까? 안마의자 어때?” 집 이사 한다고 결심하면 어디에 무엇을 채울 지 우선 고민합니다.
요즘 웬만한 경우 포장이사를 이용하지만 그 첫 번째 관문은 다름 아닌 스티커를 붙여 놓는 거죠. 어디에? 바로 버릴 물건에…
그렇습니다. 채우기 위한 첫번째 과정은 ‘비움’이고, 축적되고 쌓인 경우 다시 담으려면 바로 버려야(비워야) 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뭐 할지, 뭐 살지, 뭐 먹을지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쉴 지, 뭐 치울지, 뭘 안먹을지를 생각하라구요.
그 말을 듣고 한 30초 지났을까요~ 머리를 둔기로 맞은 딱 그런 느낌이 들면서 블랙이었던 머릿속이 화이트가 되는 진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거실, 책장, 식탁을 보니 쓸데없이 보이는 잡기들이 눈에 띄었으며 당장 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습니다.
비우는 기술의 마음가짐인 ‘무심’
점점 무심에 다가서게 됩니다. 대장내시경 전날 고통속에 약을 삼켜가며 숙변과 잔변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였던 그 순간이 바로 무심이었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울 때 비로소 마음 속 전체가 꽉 찰 것입니다. 풍요 속 빈곤이 아닌 빈곤 속 풍요!
어찌 보면 ‘무소유’ 같고, 어떨 때는 ‘무정’ 같으며 , 때로는 ‘무모’ 같은 ‘무심’
full 대신 empty를…
furniture 대신 space를…
food 대신 mood를 주입하는 것이 수행자나 수도자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또 경험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는게 맞는 것 같고, 이건 외로움이 아닌 홀로서기의 미학이라고 말이죠.
내일은 휴대폰에 등록된 연락처를 검색한 채 한명씩 지워봐야겠습니다. 가끔 페삭(페이스북 친구 삭제)에 들어간다는 페친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또한 ‘무심’과정인 듯 하네요.
잔 채우기 대신 건배를,
구매 대신 불매를 그리고
유심 대신 무심을 갖는 순간
우리는 마침내 편안해질 것입니다. (to be continued)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자동차-엔터테인먼트&미디어-식음료-화학/소재를 거쳐 아이티 기업에 종사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