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연히 tv에서 예전 법정 스님의 다큐멘터리를 접했습니다. 이제 열반하셨지만 정말 그 명작을 보고 있노라니 숙연해 지더라구요. '그렇고 그런 뻔하디 뻔한 제작물'이지 않을까란 편견은 시청 시작과 동시에 이내 사라졌으며, 그 분의 발자취와 소중한 정신에 저도 모르게 머리 숙여졌습니다.
물론 출가하며 속세의 가족도 뒤로 한 채 홀연히 삭발하던 모습은 인간적 관점에선 참 많이 아쉽고, 실망스러웠으며 저게 뭘까라고 잠깐 반문키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이 남기신 ‘무소유’ 정신은 정말 후세에도 길이 전해질 영적인 heritage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무소유란 무엇일까요? 그저 내가 갖고 머무는 공간에 뭔가로 채우지 않고 빈 상태를 유지하며 없는 마음가짐을 지속하는 걸 말하는 걸까요?
단지 갖고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리는, 애시당초 소유하지 않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저도 물리적 관점에서 그렇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무소유란 늘 비우려고 노력하고, 뭔가 탐하려 애쓰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에서 욕구를 버리고 세상 이치에 발맞춰 오버하지 않으며 지내는 것이란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말합니다.
실시간 몰려오는 고민과 스트레스 속에서 우리가 비록 수행자는 아니지만 비우고 또 비우고 다시 비우는 마인드셋을 장착해야 합니다.
그것이 ‘무심’이고 정진 끝에 완전한 무심에 이른다면 우리는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워 질 것이며, 스스로 당당하고 만족하며 행복해지는 온전한 내가 될 것 입니다.
얼마 벌어 얼마 쓰는 대차대조표적 삶을 지양하고, 받은 것에서 쪼개고 또 쪼개며 생활하는 근검절약의 삶이 무소유에 가까운 것이고, 이를 승화하는 것이 바로 ‘무심 경제학‘이라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우린 언젠가 모두 이 문을 닫고 나가야 할 미생일 뿐이고, 아무리 번다고 해도 또 아쉬움이 가득할테니 그냥 번만큼 소비하며 번아웃 안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 역시 이번 칼럼을 쓰고 나니 9회말 2사 상황에서 성공한 번트처럼 더부룩한 속과 무거워진 머리가 조금은 비워진 듯 합니다. (to be continued)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자동차-엔터테인먼트&미디어-식음료-화학/소재를 거쳐 아이티 기업에 종사하며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