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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구칼럼] '홍어' 관찰·성찰·통찰…정치어류·군산홍어·수컷찬밥·거시기2개·만만한게 홍어X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기세높던 폭염도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고, 주변은 단풍으로 물들며 총천연색으로 변해버렸다. 오늘은 시원한 바닷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일단 퀴즈. 바다생물 중에 가장 공부를 잘하는, 가방 끈이 긴 친구는? 

정답은 문어(文魚)와 고등어다. 문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숭상하던 '글(文)'이란 글자가 이름에 들어있다. 게다가 검은 먹물을 몸속에 품고 있을 정도로 학자의 품위를 뽐낸다. 고등어는 고등학교(고딩)를 다니기 때문이다.

 

다음 퀴즈. 바다 생물 중 정치와 가장 관련이 많은 생물은?

정답은 홍어다. 

 

홍어는 가오리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학명은 'Okamejei kenojei(Müller and Henle, 1841)'이다. 몸은 마름모꼴이고 너비가 매우 넓다. 머리는 작고 주둥이는 돌출했으며, 눈은 작고 분수공은 크다. 등의 중앙선에는 작은 가시가 있다. 몸길이는 150㎝ 정도, 무게는 10kg에 이른다. 20∼80m의 깊은 곳에 산다. 난생이며 봄에 산란한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전후해서 흑산도에서도 잡히지 않던 홍어가 임기가 끝나자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홍어의 정치인생'을 대변하기도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막걸리에 삭힌 홍어를 즐겼으니, 대통령이 즐기는 음식을 국민들도 너도나도 먹어보려 하다보니 수요가 딸렸음직하다.
 

하지만 최근 "군산 홍어, 흑산도 제치고 어획량 1위"라는 기사제목처럼 수온 상승에 따른 서식 환경 변화로 군산 참홍어가 전국의 홍어 위판량 1위를 차지하며 군산의 대표 특산물로 새롭게 등장했다. 홍어하면 흑산도였는데, 군산 어청도 인근에서 잡히는 참홍어(홍어) 어획량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는 과거 홍어 주산지였던 전남의 2배 가까운 어획량이 전북에서 출하될 예정이다.

 

사실 홍어는 전북, 전남을 가르기보다 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더 나아가 전라도의 정체성이 깃든 음식이다.

 

막걸리와 곁들이는 싱싱한 홍어도 좋지만 삭힌 홍어의 맛은 어느 음식에도 견줄 수 없는 독특한 맛이다. 거의 인구 1000명당 1명만이 삭힌 홍어를 먹는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을 정도로 삭힌 홍어는 찐어른의 맛이다.

 

큰 잔치와 제사상에 경상도에서는 문어를 꼭 올린다면, 전라도에서는 홍어를 귀인에게 대접한다. 경상도에서는 얼마나 크고 좋은 문어를 잔치와 제사에 내놓느냐에 따라서 가문의 재력과 명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전라도에서는 아무리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내어도 홍어가 없다면 "차린 게 없다"는 핀잔을 듣는다.

 

또 이 두 어류의 공통점은 모두 쉽게 상하지 않아 즐겨 먹게 됐다는 점이다. 홍어가 죽으면 요소가 다른 물질로 분해되는데, 그중 하나가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잡균의 번식을 막아주고, 덕분에 홍어와 상어는 죽어서도 부패가 더디다.

 

경상도에서는 제사상에 문어를 올려야 과거에 급제하고, 후손들이 잘된다는 유교적 속설이 있다. 또 문어와 관련된 속담과 농담에도 우리 조상들의 문어에 대한 철학과 해학이 묻어난다. 문어의 빨판은 '과거시험에 철컥 붙으라'는 의미이며,  '문어가 팔족(八足), 즉 다리가 여덟인 것은 부계·모계·처가·외가 등 팔족(八族)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뼈대 없는 집안 자손인 문어는 뼈 있는 멸치에게 절해야 한다'는 경상도 농담도 있다.

 

 

조선일보 칼럼 '이규태 코너'의 2001년 12월19일 자에 따르면, 홍어에 대한 역사적, 국가적, 문화적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중해 암초 위에 앉아 미성으로 뱃사람을 홀려 배를 난파시키는 세이렌이라는 바다 요정의 모습이 바로  홍어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니우스의 '박물지'에 희랍 고대말로 홍어는 '마녀' '해적'으로 불렸을만큼 서양 사람들에게 홍어 인식은 최악이다. 심지어 같은 종의 어류끼리 교미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유독 홍어만이 이종의 어류와도 화냥질을 한다해서 얻은 '창녀'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한국 홍어는 서양 홍어에 비해 크기도 작고, 성질도 온순하고 서양의 화냥질을 하는 홍어와는 달리 삼강오륜을 지켜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양심(?)적인 어류라고 한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홍어 꼬리를 나무에 꽂아두면 그 나무가 절로 시든다"했으며, 본초에는 "어부들이 홍어잡이를 기피하는 것은 꼬리 때문이며 만약 찔리면 상처에 오줌을 바르고 수달 가죽으로 싸매면 해독이 된다"고 전해진다.


윤형숙 목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전라도를 정치적 지역기반으로 하던 민주당은 홍어를 민주당의 상징어로 적극 활용했다"면서 "민주당의 회식때 홍어를 먹음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서의 민주당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홍어는 곧 전라도 정권, 정치권력과 특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정치인들이 전라도 사람들을 ‘만만한 홍어 x’으로 보고, 정치에 이용만 한다는 비아냥도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인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과거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삼합’에 빗대 “지역통합, 국민통합, 남북통합의 3합이 민주당이 추구할 정치목표”라고 주장했다.

 

홍어가 전라도정권을 상징하는 어류로 사용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을 상징하는 어류가 부각된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부산의 도다리가, 이명박 정권에서는 포항의 과메기가 특정지역과 정권을 대표하는 상징어류로 거론된다.

 

'홍어'시집을 낸 문순태 시인은 "남도의 대표적 전통 음식의 하나인 홍어는 민초들의 고통과 눈물이 오롯이 배어 있는 정신적 가치”라며 "맛은 둘째 치고 홍어에 내재된 전라도적인 정서와 미학을 시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할정도로 홍어 예찬론자다.

 

 

김주영의 소설 '홍어'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너네 아버지 별명이 왜 홍언지 알아? 홍어는 한 몸에 XX가 두 개 달렸거든~그래서 바람둥이였던 거구."

맞는 말이다. 홍어X은 두 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그 얘기가 나온다.

 

암컷이 낚시 바늘을 물고 발버둥칠 때 수컷이 붙어서 교미를 하게되면 암수 다 같이 낚시줄에 끌려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암컷은 낚시에 걸렸기 때문에 결국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해서 간음의 부정적 의미로 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홍어배가 홍어를 잡기 위해 심해에 늘어뜨리는 긴 낚시줄을 걷어 올릴 때, 큰 암컷이 물린 채 올라오면 어부들이 신이 나서 "암치다"라고 즐겁게 외친다. 수컷은 암컷보다 살이 뻣뻣하고 질기지만, 암컷은 찰지고 씹는 맛이 좋아 암컷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어부나 상인의 입장에서 수컷은 늘 찬밥 신세다. 그래서 강제 거세를 시술(?)한다. 수컷의 '거시기'를 자르면, 암컷으로 둔갑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5일장에는 홍어 장수들이 홍어를 팔기 위해서는 돌아다니다 '맛뵈기'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몸체의 살점을 떼내기는 아까워 줄 수 없으니, 어차피 '달려있어도 환영 받지 못하는 거시기'를 미리 떼놓았다가 맛뵈기로 한점씩 줬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엔 "만만한 게 홍어X" 이란 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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