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유인 우주 비행선 '스타라이너'(Starliner)의 첫 시험비행이 무기한 연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담당 팀이 이틀 연속으로 비행 조건과 시스템 성능 등을 평가하면서 회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진행해야 할 작업이 남아 있다. 다음 발사 기회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면서 "앞으로의 경로가 더 명확해지면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사에 따르면 스타라이너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아틀라스 V 로켓에 실려 우주로 당초 5월 6일 발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사체(아틀라스 V 로켓)에서 일어난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돼 발사체 제작사 ULA와 NASA의 정밀 점검을 마치고 17일 재차 발사 시도예정이었다. 하지만 헬륨 가스가 새어 나오는 기술적 문제때문에 또 다시 25일로 연기한 바 있다.
NASA가 스타라이너의 유인 시험비행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앞으로 계획은 불투명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스타라이너가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발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라이너는 ISS의 하모니 모듈 중 한 곳에만 도킹할 수 있는데, 이후 화물과 우주비행사 운송 계획으로 모듈을 계속 열어둘 수 없는 상태다.
미국 매체들도 잇달아 "NASA와 보잉이 추후 목표 시점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주항공업계 관계자는 "일정을 세번이나 연기했다가 무기한 연기됐는 것은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며 "시험비행이 헬륨 누출로 인해 연기되고, 이후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타라이너는 보잉이 개발한 유인 우주선으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처럼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나간 후 ISS와 달, 화성 같은 곳으로 사람을 운송한다. 크기는 높이 5m, 지름 4.6m로 최대 7명이 탈 수 있다. 크루 드래건의 최대 탑승 인원인 4명보다 많다. 우주비행사가 탑승하는 모듈은 최대 10회까지 재사용할 수 있다. 스타라이너에는 베테랑 NASA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61)와 수니 윌리엄스(58)가 탑승한다.
스타라이너는 2019년 12월 첫 무인 시험비행 때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ISS와 도킹하지 못하고 귀환하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거듭된 끝에 2022년 5월 무인 비행에 어렵게 성공했고, 이후에도 유인 시험비행이 계속 늦춰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4년 NASA는 심우주 탐사에 전념하기 위해 지구 저궤도 유인 운송을 민간 기업에 맡긴다는 방침을 세우고 보잉, 스페이스X와 각각 42억달러(약 5조7078억원), 26억달러(약 3조5334억원)의 유인 캡슐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스페이스X가 개발한 크루 드래건은 2020년 유인 시험비행을 마치고 NASA를 위한 수송 임무를 9차례나 수행했다.
우주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입장에서는 스페이스X에 밀린 자존심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최근 민항기에서 잇따라 각종 사고와 결함이 발생한 데 대해 분위기를 반전할 좋은 기회였다"면서 "하지만 무기한 연기로 인해 다시 한번 스페이스X에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