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연일 사건사고가 빈번해 안전성 논란에 휘말린 미국 보잉사가 세네갈과 튀르키예(터키)에서 또 사고를 냈다.
9일(현지시각) 오전 세네갈 수도 다카르 인근 블레즈디아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던 트랜스에어의 보잉 737-300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보도했다. 트랜스에어가 에어 세네갈에서 빌려 운행하던 이 비행기는 말리의 수도 바마코로 가던 길이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79명과 조종사 등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사고로 10여명이 다쳤다고 세네갈 교통부가 밝혔다.
AP통신이 공개한 영상에는 항공기 한쪽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어둠 속에서 승객들이 비상 슬라이드로 내려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비행기에 불이 붙으면서 승객과 승무원 등 85명이 비상 탈출했고 10여 명이 다쳤다. 항공기의 유지 관리는 항공사들이 책임지고 있으며 제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보잉의 737 기종이 최근 잇따라 사고를 일으키면서 항공 규제 당국의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튀르키예에서는 랜딩 기어 이상으로 착륙 앞바퀴가 펴지지 않아 '몸통 착륙'을 하는가 하면, 바퀴 파손 사고까지 있었다. 불과 이틀 사이에 보잉기 사고만 3건이다. 세 건 모두 항공기 이착륙 시 사용되는 랜딩기어 결함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 여객기가 이륙 직후 5000m상공에서 비상문이 뜯겨 나가면서 회항한 바 있다. 2월에도 날개가 부러져 비상 착륙했고 3월에는 여객기의 바퀴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달 말에는 델타 항공사소속 보잉 767 여객기가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비상탈출용 미끄럼틀이 떨어지면서 회항했다.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보잉사가 부품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숨겼다는 내부 고발자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살레푸어 보잉 품질 엔지니어는 지난달 17일 인터뷰에서 "항공기 조립 과정에서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 내부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지만 입을 다물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영국 BBC는 9일 보잉 협력사인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즈(Spirit Aerosystems)에서 품질 검사관으로 근무했던 산티아고 페레데스(Santiago Paredes)의 증언을 보도했다. 그는 "보잉으로 배송하기 위해 준비 중인 비행기 동체에서 약 50개~200개의 결함을 발견하는 데 익숙했다"며 “빠진 패스너, 구부러진 부품, 때로는 누락된 부품도 많이 발견됐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부품 결함을 숨기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잉측의 스피릿 대변인은 “우리는 그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8년과 이듬해 두 대의 보잉 항공기가 추락해 탑승객 346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 유족들도 최근 보잉의 잇따른 사고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막강한 자본기업인 보잉이 법의 심판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