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 '엑스(X)')를 인수하기위해 그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서 10억달러(약 1조3200억원)를 대출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머스크는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SNS플랫폼 트위터(현 '엑스(X)'), 우주전문기업 스페이스X, 지하터널 굴착 스타트업 보어링컴퍼니,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등 5개 업체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스페이스X에서 10억달러를 빌린 뒤 한 달 만인 같은 해 11월 이자를 포함해 상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스페이스X의 보유 현금과 유가증권은 47억 달러(약 6조2557억원) 수준이었다.
WSJ은 머스크가 스페이스X로부터 자금을 융통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예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스페이스X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가 대출을 받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트위터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머스크가 분주하게 움직이던 때라 인수 관련 절차에 이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390억 달러가 넘는 트위터 인수 자금 마련은 당시 월가 등에서 관심사였다. 당시 머스크는 모건스탠리 등 기관 투자자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등 개인 투자자를 설득해 트위터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이며 세계최고의 부자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산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지분 형태로 실제 가진 현금은 많지 않다. 그래서 머스크는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은행들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대출받았다. 지난 2020년 12월 기준 머스크가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5억 달러(약 6657억원)가 넘었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로부터 단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이스X가 관련 정보를 공개한 지난 3월 기준 회사의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은 79%를 갖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WSJ는 "스페이스X에서 대출받으려 한다면 지금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단기 대출을 통해 현금을 빌려 가던 시점에 스페이스X가 대규모 프로젝트로 자금이 중요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페이스X는 스타십 프로그램과 스타링크 프로젝트로 인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했고 이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투자 유치를 하던 시기였다. 머스크는 2021년 말경에는 스페이스X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 자금을 다른 소유 기업에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테슬라가 자금난을 겪자 스페이스X에서 2000만 달러를 빌려 파산을 막았다.
또 2015~2016년에는 머스크가 보유, 현재는 테슬라에 인수된 태양광 관련 회사 솔라시티의 발행 채권에 3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WSJ는 "이렇게 보기 드문 대출은 세계 최고 부호가 보유 주식을 분할할 필요 없이 자신의 왕국에 있는 기업에서 자금을 어떻게 인출해 조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최근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