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몬트리올 폴리테크닉의 연구진이 일본 전통 종이 예술인 ‘키리가미’에서 착안해 개발한 혁신적 낙하산이 인도주의적 지원물품 투하에서 획기적 정확성을 입증하며 주목받고 있다.
2025년 10월 2일 Nature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기존의 낙하산처럼 바람에 휩쓸리며 목표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아닌, 투하 순간부터 수직 안정 낙하하는 ‘키리-추트(kiri-chute)’ 디자인을 새롭게 제시했다.
Lamoureux et al., TechXplore, Science News, Physics World, Science.org에 따르면, 키리-추트는 플라스틱 등 강성이 있는 평평한 원반 형태에 정밀한 슬릿(절개선)을 폐쇄 루프 패턴으로 내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낙하 시 스스로 뒤집혀 종 모양의 3차원 구조로 변형된다.

이러한 구조는 풍동 실험과 드론 투하 시험에서 기존 낙하산 대비 투하물의 속도를 시속 122.4km(초속 34m)에서 50.4km(초속 14m)로 절반 이상 감속시키면서도 목표 지점 근처에 안정적으로 낙하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투하 방향과 관계없이 빠른 자세 안정화가 가능해 균일한 낙하 경로를 확보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기존 낙하산은 바람에 의한 파괴적 난류 회피를 위해 활공각을 사용, 안정성을 확보하지만 이로 인해 투하시 편차가 크고 목표 위치에서 크게 이탈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키리가미 구조의 다중 슬릿은 공기 흐름을 순차적으로 정렬시키며 불규칙 난류를 최소화해 표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투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또한 이 낙하산은 제조 측면에서도 혁신적이다. 일반 천 낙하산과 달리 봉제와 복잡한 접기 과정 없이 레이저 컷팅 혹은 다이컷 프레스 만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생산 비용과 시간이 극적으로 절감된다. 플라스틱, 종이, 판지 등 다양한 재질 활용이 가능하며,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심플한 제조 공정이 특징이다. 이러한 제조의 용이성은 대규모 구호활동에서 구호물품 조달 및 투하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키리-추트의 활용 가능성을 재난지역과 외딴 지역의 긴급 구호물자 투하뿐 아니라 드론 소포 배달, 나아가 화성 등 우주 탐사 미션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낙하산 절개 패턴을 다변화해 나선형 하강, 활공 투하 등 다양한 비행 경로 프로그래밍 기능 개발도 추진 중으로, 미세한 환경 변화 대응 및 물품별 분류 투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혁신적 디자인은 민들레 씨앗 등 자연계의 바람 분산 기작을 모사하는 것으로, 키리가미가 가진 ‘절개와 변형’의 미학을 현대 공학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평면 시트에 단순히 시행하는 정밀한 절개가 저비용, 고효율을 넘어 인도적 지원과 첨단 물류 분야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연구는 키리가미 원리를 접목한 유연하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낙하산 설계가 실용화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정밀 투하가 필요한 전 세계 인도적 구호 및 신속 물류에 실질적 기여를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