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칭은 ‘뜬구름’ 같았던 그때
2015년, 처음 코칭을 공부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실효성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았다. 리더가 되기 위한 준비 중이었던 터라 '성과'라는 목표가 눈앞에 있었고, 후배와 차분히 대화하며 질문을 던지는 일의 방식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지금 당장 처리할 일도 산더미인데, 질문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냥 내가 답을 주고 빨리 끝내는 게 더 효율적이지."
그때의 나는 코칭을 이상적인 이론이자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여겼다.
◆ 리더를 붙잡는 건 두려움이다
팀원이 "이번엔 기존 방식 대신 A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을 때, 많은 리더들이 본능적으로 말한다.
"전에 비슷한 거 해봤는데 비효율적이었어. 그냥 하던 대로 하자."
겉으로는 경험에서 나온 지혜 같지만, 그 안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 전체를 움직일 자신이 없고, 실패했을 때 홀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두려워서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안전한 과거의 경험 뒤에 몸을 숨기곤 한다. 이럴 때 아래와 같은 코칭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왜 A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이 과제에서 변화라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새롭게 시도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뭐라고 생각해?"
이 질문들은 방법을 묻는 것을 넘어, 팀원의 제안 속에 담긴 도전정신과 성장의 욕구를 발견하게 한다. 팀원은 ‘새로운 시도’를 넘어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본질에 다가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 부모의 사랑은 때로 편견을 입는다
우리 집 쌍둥이 중 한 아이는 그림을 무척 좋아한다. “커서 화가가 될래요.”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겉으로는 웃으며 응원하지만 속마음은 걱정이 되곤 한다.
‘그림으로 먹고 살기 쉽지 않을 텐데….’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겪어온 현실의 잣대로 아이의 꿈을 제한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효율’과 ‘안정’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꿈을 편견 속에 가두곤 한다.
아이에게 새로운 관점의 질문을 한 순간이 떠오른다.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너에게 어떤 의미야?”, “넌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감정을 느끼니?”
질문을 통해 아이는 ‘화가’라는 직업 뒤에 숨겨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탐색하게 되고, 나는 아이가 추구하는 것이 단순한 ‘직업’이 아닌 자유, 자기표현, 자신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나조차 생소했던 질문의 힘
돌아보면,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내 행동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아본 기억이 많지 않다.
그래서 코칭을 배우면서 가장 많이 받는 "그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는 뭔가요?"와 같이, 내 마음속 깊은 곳을 향해 건네는 질문은 아직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코칭에서 이런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사람을 '행동'이 아니라 '존재(Being)'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행동의 표면을 넘어 그 사람의 가치관, 욕구, 정체성을 만나게 한다.
그 순간, 코칭 대화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기 발견의 장이 되고, 변화의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코칭에서 '의미' 질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본질적인 힘이다.
◆ 의미를 묻는 순간, 새로운 관점이 보인다
수년이 흐른 지금, 나는 리더로서 인권과 조직문화를 다루며 코칭이 가진 본질적인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다.
리더의 생각과 판단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 그리고 성과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이고 결국 ‘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져진다는 것을 말이다.
리더의 경험은 분명 지혜를 주지만, 때로는 편견의 벽이 되기도 한다.
그 벽을 허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용기 있는 방법은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익숙한 효율을 내려놓는 용기, 나와 다른 꿈을 기꺼이 지지하는 용기가 함께해야 한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