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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리어 블렌딩] 나열하지 말고 구조를 세워라…MECE 전략 만들기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④

 

1. 클릭을 유도하는 '기획자',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

 

나의 20대 중반, 명함에는 '영화 온라인 마케터'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다. 당시 영화 홍보의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나의 주된 업무는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온라인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배너를 클릭하게 만들까?", "어떤 경품과 카피를 걸어야 댓글이 폭발할까?"

 

하루하루가 아이디어 싸움이었다. 트래픽을 올리고, 조회수를 터뜨리는 일은 짜릿했다. 기자 시절 터득한 '헤드라인 뽑기' 실력 덕분에 나름 성과도 냈다. 하지만 화려한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허전함이 밀려왔다. 나는 조금 더 본질적이고, 단단한 무언가를 쌓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2. 과거의 인연이 건넨 새로운 티켓

 

그때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 건, 뜻밖에도 과거의 짧은 인연이었다. 홍보사 입사 전, 외국계 광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당시 나를 눈여겨보셨던 한 분이 브랜드 컨설팅 회사로 이직하시면서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래비씨가 일을 대하는 태도나 센스를 내가 기억해. 이번에 내가 가는 곳은 브랜드를 만드는 컨설팅 회사인데, 여기서 제대로 한번 배워보지 않을래?"

 

영화 홍보사에서 익힌 '감각'과 광고 회사 알바 시절의 '성실함'. 서로 다른 두 조각의 시간이 '이직'이라는 기회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논리와 전략이 지배하는 '브랜드 컨설팅'의 세계로 입문했다.

 

3. 나열하지 말고 '구조화'하라: 레벨링(Leveling)의 미학

 

컨설팅 회사에서의 배움은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디어가 많으면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래비씨, 정보가 너무 많아. 나열하지 말고 묶어봐(Grouping). 그리고 구조를 세워."

 

내가 이 시절 배운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구조화'였다.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펼쳐놓고 비슷한 속성끼리 묶어 세그먼트(Segment)를 나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레벨링'이다. 묶인 그룹들은 비슷한 중요도와 크기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들쑥날쑥한 정보들의 '레벨'을 맞추고 논리적으로 배치하다 보면, 비로소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중복 없이 누락 없이)의 관점이 보인다.

 

"아, 이 부분은 겹치니까 합쳐야겠구나.", "어? 구조를 짜보니 이쪽 시장에 대한 분석이 텅 비어있네?"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군더더기인지, 논리의 뼈대를 세우는 법을 배우자 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선명한 지도가 되기 시작했다.

 

4. '홍삼 음료' 프로젝트: 논리가 만든 반전의 전략

 

이 '구조화'의 힘을 제대로 발휘한 경험이 바로 국내 식품 회사의 홍삼 음료 컨설팅이었다.

 

당시 그 회사는 홍삼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 주자였다. 시장은 이미 거대 경쟁사들이 '프리미엄 보양식'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었다. 성분이나 인지도 면에서 정공법으로는 승산이 없어 보였다.

 

나는 시장과 타겟을 세그먼트로 쪼개고 구조화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건강을 챙기는 사람'으로 타겟을 퉁치지 않고, 구매 동기와 가격대별로 레벨링을 맞추어 분류했다. 그러자 비어있는 Niche 시장이 보였다.

 

※ 인사이트 : 성분으로 경쟁하기엔 약하다(보양식 X).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핵심 타겟은 "명절이나 감사 인사를 할 때, 너무 싼 티 나는 건 싫고 비싼 건 부담스러운 사람. 즉, '있어 보이는 선물'을 가성비 있게 하고 싶은 사람." 바로 이게 아닐까?

 

우리는 이 논리적 구조화를 통해 전략을 틀었다. '최고의 효능'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합리적인 품격'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패키지는 고급스럽게 가되,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했고 통했다. 막연한 감이 아닌 치열한 구조화 끝에 찾아낸 논리의 승리였다.

 

5. 지금 당신의 커리어에 '논리의 뼈대'를 세우는 법

 

지금 난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의 기획자다.

 

업무를 처리할 때 나는 20대 시절 배운 '구조화'의 안경을 쓴다. 중구난방인 의견들을 카테고리별로 묶고(Grouping), 문제의 수준을 맞추고(Leveling), 우리가 놓치고 있는 빈틈(Missing Link)을 찾아낸다.

 

기자가 팩트를 수집하고, 온라인 마케터가 흥미를 유발한다면, 컨설턴트의 경험은 그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이길 수 있는 전략'으로 꿰어준다.

 

당신의 업무 진행 과정이 정리가 안된다고 느껴지는가?

 

그럼 래비가 제안하는 <커리어 블렌딩 2단계 질문>으로 생각의 뼈대를 세워보자.

 

STEP 1. [Structuring] 흩어진 구슬을 꿰어보고 있는가? (정보의 구조화)
- 일을 하다 보면 수많은 정보와 아이디어에 압도될 때가 있다. 그때 나열하지 말고 '레벨'을 맞춰 묶어보라.

 

[질문] 지금 내 업무의 리스트를 펼쳐보자. 비슷한 성격끼리 그룹핑 할 때, 각 그룹의 중요도나 크기(Level)는 균형이 맞는가?

 

STEP 2. [Insight] 빈틈에서 기회를 발견했는가? (MECE적 사고)
- 구조화를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을 할지' 뿐만 아니라 '무엇을 뺄지', 그리고 '무엇이 빠졌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질문] 구조화된 표를 볼 때, 남들은 보지 못한 빈칸(기회)이 보이는가 혹은 과감하게 버려야 할 중복된 일은 무엇인가?

 

 

[5화 예고]
식품 회사 브랜딩 컨설팅을 하며 나는 국내 식품 기업의 철학에 매료되었다. "올바른 가치를 가진 회사라면 내 커리어를 걸어볼 만하겠어." 그렇게 입사하게 된 풀무원. 마케팅 본부에서 성장할 것 같았던 2년. 하지만 쉼 없이 달려온 내 몸은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수술실로 들어가던 그날, TV에서 우연히 본 '드라마 작가 공모전' 포스터가 왜 내 가슴을 뛰게 했을까? 사표를 품고 인도행 비행기 표를 검색하던 서른 즈음 이야기가 시작된다.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고민하는 코치이자 교육·문화 담당자입니다. 20년의 치열한 실무 경험과 워킹맘의 일상을 재료 삼아, 지나온 모든 순간이 어떻게 현재의 나로 '블렌딩'되는지 그 성장의 기록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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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인사이트] 브라운관 복귀한 이나영, 보는 것만으론 2% 아쉬움… <아너: 그녀들의 법정> 1–3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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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의사가 있다. 그는 살인자다. 그가 죽인 이들은 모두 범죄자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의사의 피가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혹은 무죄 같은 유죄인가, 유죄 같은 무죄인가. 넷플릭스 신작을 거의 섭렵하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디즈니플러스에 접속하게 됐다. 말도 안 되는 설정처럼 보였지만, 스릴러 장르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설 연휴 잠깐 짬을 내어 보기엔 총 4부작 구성의 시즌1이 부담 없었다. 솔직히 2화까지는 다소 지루했고, 3화부터 그럭저럭 볼 만해졌으며, 4화에 이르러서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점에서 마무리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킬링타임용 작품’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짧게나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 말도 안 되는 설정에, 몰입할 수 있을까 “이게 현실도 아니고 영화인데, 그냥 그렇다고 여기고 보면 되지. 뭘 그리 따져?” 가끔 함께 사는 사람이 내뱉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일지라도 ‘개연성’을 꽤 중시하는 편이라, 그 고리가 느슨해지는 순간 몰입이 확 깨져버린다. 불치병을 살려낼 수 있다는 설정, 그 치료제가 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