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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리어 블렌딩] 방황이 아닌 '확장'…흩어진 점을 연결해 ‘나’라는 브랜드 만들기

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①

 

내 책상 위에는 더 이상 종이 이력서가 쌓이지 않는다. 대신 듀얼 모니터 화면 속에 AI가 분석한 데이터가 촘촘히 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 시대, 채용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고, 역량 검사를 통해 "이 지원자는 우리 조직과 적합도가 85%입니다"라며 추천 여부를 판가름한다. 심지어 대면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봐야 이 사람의 잠재력과 리스크 요인을 확인할 수 있을지 '맞춤형 질문'까지 뽑아준다.

 

이 냉철한 시스템을 보며 나는 문득 짓궂은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만약 10년 전, 20년 전의 내가 쓴 이력서를 이 AI 면접관에게 넣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신문사 인턴 기자, 다국적 광고 대행사(JWT) 아르바이트, 영화 홍보사 직원, 브랜드 컨설턴트, 국내 식품 대기업 마케팅본부 대리, 지주사 가치체계 기반 조직문화 담당 과장, 인권경영 센터 팀장, 그리고 오늘날 학습과 영상/미디어, 조직문화를 총괄하는 임원까지.

 

어쩌면 '부적합'이나 '일관성 부족'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사람이 보기에 정신없어 보이는 이 '지그재그' 경력을, 논리적인 알고리즘이 좋게 평가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자. 만약 AI가 단순히 직무 명칭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수만 명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성공한 리더들의 복합 역량 패턴'을 꿰뚫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I는 '데이터의 결합'을 기반으로 이력서의 겉면이 아니라 행간에 숨어있던 또다른 의미를 읽어냈던 것이다. 나의 AI는 이런 반전의 리포트를 출력해냈다.

 

[래비의 AI 분석 결과: 추천 (Highly Recommended)]

 

-핵심 역량: 초적응력, 융합적 사고, 스토리텔링

 

-리더십 분석 요약: 해당 지원자는 저널리즘과 홍보(기자/영화/광고) 경험을 통해 획득한 '미디어 감각'과, 마케팅/컨설팅 경험에서 체득한 '전략과 분석', 그리고 '가치 제안 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음. 이러한 복합 역량을 HR 및 조직문화에 결합하고, 구성원 성장(학습, Learning) 분야에서 기존의 관습적인 틀을 깨고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입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리더로 판단됨.

 

나는 내 커리어가 서로 다른 영역에 흩어진 '불연속적인 점들의 나열'이라 생각했는데, AI는 대체 불가능한 융합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지난달, 나는 전사 학습과 영상/미디어, 조직문화를 총괄하는 임원이 되었다. 이 시뮬레이션은 그저 상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기자와 영화 홍보사 시절 체득한 미디어 감각은 현재 사내 영상/미디어 부서를 이끌 수 있는 감각의 기반이 되었고, 브랜드 컨설턴트와 마케팅 대리 시절 고민했던 '고객 가치'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브랜딩하는 핵심 무기가 되었다.

 

또한 13년 전, MBA가 아닌 뜬금없이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던 선택은 현재 전사 구성원의 성장을 책임지는 학습 전문가를 뒷받침해 주는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6년간 인권경영 센터 팀장 시절은 또 어떠한가. 단순히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수많은 갈등 현장을 목격하며 나는 조직을 지탱하는 진짜 '문화적 기반'이 무엇인지, 단순한 직무 스킬이나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 구성원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본질적인 교육'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업무를 위해 치열하게 노무 지식을 파고들며, 한때는 공인노무사 자격증 취득까지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나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사람 사이의 문제를 차가운 '법리'로 재단하기보다, 그 이면에 흐르는 '문화'로 풀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선택은 오늘날 내가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교육과 문화를 설계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통찰이 되어주고 있다.

 

이 모든 영역(학습, 미디어, 문화)을 총괄하는 지금의 내 역할은, 과거의 어느 한 조각이라도 빠졌다면 결코 수행해낼 수 없는 자리다. 이것은 끊임없이 나의 일을 재정의하며 방향을 전환(Pivoting)해온 결과다.

 

즉, 일관성 있게 한 우물만 파야 성공한다는 것은 과거의 신화일지 모른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짜 경쟁력은 서로 다른 경험들을 연결하여 대체 불가능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AI조차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력서의 행간'을 이야기하려 한다.

 

지금 당신의 커리어가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가? 남들은 직선으로 달리는 것 같은데, 나만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한가?

 

그렇다면 걱정하지 마라. AI의 눈으로 본 당신의 '방황'은, 사실 미래의 가능성을 넓히는 '확장'의 과정일 수 있다. 당신이 흘려보낸 것 같은 시간들, 엉뚱한 곳에서 헤맸던 경험들, 때로는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들이 사실은 훗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내가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은 '커리어 블렌딩의 기술'에 대한 기록이다.

 

나의 이 다채로운 이력서가, 지금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망설이는 당신에게 하나의 증거가 되기를 바란다.

 

"괜찮아. 그 모든 경험이 결국, 가장 매력적인 당신을 만들 테니까."

 

★ 칼럼니스트 ‘래비(LABi)’는 어릴 적 아이디 ‘빨래비누’에서 출발해, 사람과 조직,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코치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입니다. 20년의 실무 경험과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마음의 회복을 돕는 작은 연구실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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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비의 커리어 블렌딩] 벼랑 끝에서 쓴 기적, "논문 대신 케이스 스터디"

일과 학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나름 인정받고 있었고, 대학원에서는 마지막 관문인 '졸업 논문' 착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논문만 딱 끝내고, 예쁜 쌍둥이 낳아서 완벽하게 졸업해야지." 모든 계획은 내 머릿속에서 완벽했다. 하지만 삶은 결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졸업 논문 주제 선정 후 본격적으로 착수하려던 찰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임신성 고혈압'. 몸이 비명을 질렀고, 아이들은 예고도 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예정일보다 3개월이나 빠른, 1kg 남짓한 칠삭동이 쌍둥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내 품이 아닌 차가운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무너져 내렸다. 내 계획, 내 커리어, 그리고 엄마로서의 기쁨까지 산산조각 난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내 욕심만 부렸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학원을 오갔던 날들, 회사 일을 놓지 못해 자처했던 야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나를 괴롭혔다. 아이를 가진 채로 내가 너무 무리해서, 내 욕심이 아이들을 저 차가운 유리 상자 안에 가둔 건 아닐까? 말로 하기 어려운 죄책감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논문이 발목을 잡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기업 현장에 나가 설

[콘텐츠인사이트] 브라운관 복귀한 이나영, 보는 것만으론 2% 아쉬움… <아너: 그녀들의 법정> 1–3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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