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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핫픽] "쪼개? 아니, 조개!" , “JUST DO EAT”…골목경제 B급 간판 ‘낙서형 브랜딩’에서 발견한 철학 강의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용산 골목의 한 조개구이집 창문에 “쪼 개? 아니… 조 개!”, “조개 제일”, “JUST DO EAT”이라는 손글씨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 B급 감성 간판은 맞춤법과 디자인을 과감히 포기한 대신, 한글 말장난과 글로벌 슬로건 패러디로 행인을 붙잡는 ‘호객 문학’의 새로운 형식이다. “조개(貝)”와 “쪼개다”를 겹쳐 놓은 언어유희는, 힘든 시대에 지갑은 쪼개지 말고 조개나 굽자는 유머러스한 메시지로 읽힌다.​

 

JUST DO EAT, MZ 세대가 웃는 이유

 

“JUST DO EAT”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유명 카피를 비틀어, 행동 촉구 대신 “먹는 행위”를 삶의 전략으로 끌어올린다. 한국 외식 소비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전체 외식 지출의 약 36%로 추정되며, 이들 세대는 ‘웃긴 가게’, ‘인증샷 맛집’을 고르는 비율이 타 세대보다 1.5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사진 속 가게처럼 간판 자체가 콘텐츠가 되면, 손님은 메뉴보다 먼저 카메라를 꺼내 들고 SNS에 올리며 자발적인 홍보 요원이 된다. 음식은 배를 채우고, 간판은 타임라인을 채우는 구조다.​

 

숫자로 보는 ‘골목 B급 간판’의 힘

 

한국 외식업 평균 폐업률은 통계청 기준 5년 생존율이 약 32% 수준으로, 10곳 중 7곳은 5년을 버티지 못한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 ‘간판 맛집’으로 회자된 일부 소규모 식당은 위치가 골목이어도 매출이 인근 평균 대비 20~40% 높게 나타났다는 지역 상권 분석 보고서도 나온다.

 

학술 연구에서는 “재미있는 간판 문구는 방문 의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 효과를 미친다”고 분석했으며, 특히 언어유희와 패러디는 기억 잔존율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개집의 낙서 같은 슬로건이 ‘브랜드 자산’으로 환산되는 지점이다.

 

로컬 골목, 글로벌 유머의 교차점

 

한글 말장난과 영어 패러디가 한 창문에 공존하는 풍경은, 로컬 골목이 동시에 글로벌 미디어 공간으로 기능하는 시대를 압축한다. 국내 조사에서 20·30대 외식 소비자의 70% 이상이 “해외 브랜드나 외국어를 활용한 이색 간판에 호기심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한글 특유의 재치 있는 표현에 더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과반을 넘는다. 즉, 이 조개집의 간판처럼 K-유머와 글로벌 코드가 섞인 ‘잡종 간판’이야말로 한국 도시 문화의 현재형이다.

 

골목경제를 살리는 ‘낙서형 브랜딩’

 

도시재생을 연구한 여러 보고서는 소규모 점포의 독창적인 간판과 인테리어가 인근 유동인구 증가와 임대료 상승을 동반하는 ‘골목 브랜드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표준화된 간판으로 도시를 평평하게 만들 때, 이런 낙서형 간판은 골목마다 다른 표정을 되살리는 문화적 인프라다.

 

조개집 창문에 적힌 몇 줄의 문장은, 비용으로 치면 두꺼운 간판 대비 거의 0원에 가깝지만, 거리의 ‘스토리 밀도(密度)’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투자다.

 

“쪼개지 말고, 같이 조개”라는 메시지


결국 이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돈과 시간, 관계까지 모든 것을 쪼개 나누는 시대에, 잠시만 계산을 멈추고 한 자리에 둘러앉아 조개 한 판을 나누자는 초대장이다.

 

경제지표와 통계가 팍팍한 현실을 설명해 줄 수는 있지만, 삶의 해답은 때로 이런 허술한 간판, 뜨거운 조개, 그리고 “JUST DO EAT”이라는 반쯤 농담 같은 문장에서 더 잘 발견된다. 이 조개집의 창문은 그래서 작은 철학 서점이자, 오늘을 버티는 노동자들을 위한 골목의 인문학 강의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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