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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세계 최초 '입장료' 받는 도시…伊베네치아, 당일치기 관광객에 '5유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베네치아
4∼7월 당일치기 관광객 7000원
관광명소서 입장료 지불 여부 확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베네치아 [게티이미지]

 

[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던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를 받기로 해 화제다.

 

2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베네치아 관계 당국은 25일부터 도시에 입장하는 당일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이에 따라 베네치아에서 숙박하지 않고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도시 입장료로 5유로(약 7000원)를 내야 한다.

 

우선 이날부터 오는 7월14일까지 공휴일과 주말을 중심으로 총 29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한다. 다만, 베네치아 역사지구 거주자, 업무·학업·의료 등 사유로 방문하는 사람,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 주민과 14세 미만 청소년, 장애인도 입장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네치아엔 성수기에 하루 평균 4만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관광지다.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하는 것은 베네치아가 처음이다.

 

주민이 5만명인 베네치아에는 지난 2022년 한해에만 관광객 3000만명이 몰렸다. 하루 이상 숙박한 관광객은 이 가운데 320만명이었다.

 

도시 입장료 부과는 오버 투어리즘으로 거주민이 떠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훼손된 문제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베네치아의 위기는 오버 투어리즘 뿐만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과 도시 전체가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 도시 지속 가능성 문제까지 제기됐다. 베네치아는 2021년에 도시 주변 바다 속 산호 파괴를 우려해 대형 크루즈 입항을 금지하는 한편 숙박을 하는 관광객에게 별도 세금을 부과했다. 유네스코는 과도한 관광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 수위 상승 등으로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으로 분류했다.

 

입장권은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고 휴대폰으로 받은 QR코드로 인증하면 된다.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 베네치아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 명소에서 입장료를 냈는지 점검받는다. 입장료를 내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50~30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베네치아 관광 담당 공무원은 "베네치아를 다시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역시 한 해 관광객 2000만명이 찾으며 파티를 즐기려는 주변국 젊은이들의 방문을 줄이려 대책을 강화해왔다. 암스테르담은 지난주 새로운 호텔 개업을 막고 향후 5년 동안 유람선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홍등가 지역 도로에서는 대마초 흡연도 금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보케리아 시장에 관광객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단체관광객은 20명으로 제한하고, 가이드는 스피커를 사용할 수 없다. 크로아티아의 중세 성곽 도시인 두브로브니크도 지난 2019년 크루즈 유람선 입항을 하루 2척으로 제한해, 한꺼번에 4000명 이상의 관광객 방문을 막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네치아의 입장료 부과를 오버투어리즘으로 고민하는 다른 도시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입장료 5유로가 관광객 수를 억제하는 데 충분한 금액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또 마치 놀이공원처럼 입장료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베네치아가 '디즈니랜드'라는 조롱도 나왔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실험"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베네치아를 더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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