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문균 기자]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노미 창업자 마이크 린치의 시신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앞바다에서 침몰한 호화요트에서 실종된 지 나흘 만인 22일(현지시간) 수습됐다. 영국 호화 요트 ‘베이지언호’의 침몰 사고에 대해 이탈리아 검찰이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개시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인근 다른 선박과 달리 베이지언호가 15분만에 급속도로 침몰한 것을 두고 ‘인재’로 인한 사고로 의심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CNN등 외신에 따르면, 베이지언호 침몰 사건을 담당한 암브로조 카르토시오 검사는 이날 시칠리아섬 북부 팔레르모시의 테르미니 이메레세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카르토시오는 “책임 가능성은 많다. 선장일 수도 있고 승무원 전체일 수도 있고 경비원일 수도 있다”며 “누구의 행동이 잘못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점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이지언호의 침몰 원인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침몰 원인으로 당시 바다에 분 폭풍우가 꼽히지만, 베이지언호 인근에 있던 다른 선박들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반면 베이지언호는 폭풍이 불어닥치자 약 15분만에 급격히 침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심해 잠수부들은 이날 수심 49m 아래에 가라앉은 호화요트 바이에시안호 선실에서 린치의 시신을 수습했다. 린치의 시신은 전날 오후 발견됐지만, 날이 어두워져 수습 작업은 하루가 지난 22일 이뤄졌다. 린치의 시신은 파란색 시신 운반용 부대에 담겨 인근 병원 영안실로 운구됐다.
바이에시안호는 56m 길이의 영국 선적 호화요트로 지난 19일 오전 4시쯤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 포르티첼로 항구에서 약 700m 떨어진 해역에서 폭풍우에 휘말려 침몰했다. 승무원 10명, 승객 12명 등 탑승객 22명 중 린치의 아내, 한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15명은 구조됐다.
하지만, 침몰 당일 선상 요리사 1명이 숨지고 린치와 10대 딸을 포함한 6명은 실종됐다. 22일 린치까지 5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실종자 중 4명의 시신은 전날 수습됐다. 영국 금융인인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 국제로펌 클리퍼드 찬스의 미국 변호사 크리스 모르빌로 부부다. 잠수부들은 실종자 중 유일하게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린치의 18세 딸 해나를 찾기 위해 선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소방당국의 루카 카리 대변인은 “요트가 측면으로 누워 있는 데다 수심이 깊고 선체 내부가 협소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마지막 실종자가 발견되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양 작업에는 준비 기간을 포함해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탑승객들은 2011년 미국 휴렛패커드(HP)에 오토노미를 11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로 매각하면서 기업 가치를 부풀린 혐의(사기)로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13년간 끌고 온 재판에서 징역형이 확실시된다는 예상을 깨고 지난 6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베이지언호 탑승객들은 린치의 무죄 판결을 축하하는 선상 파티에 초대받은 이들이었다.
린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수학자로, 1996년 오토노미를 창업해 대형 상장사로 키웠다. 2006년에는 영국 기업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에 비견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