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마초의 나라’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 지 하루도 채 안 돼 여성 현직 시장이 피살됐다. 이번 살인 사건은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24시간도 안 돼 발생했다.
4일(현지시각) BBC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초아칸주(州) 코티하에서 욜란다 산체스 피게로아 시장과 그의 경호원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인구 1만5000명 안팎(멕시코 통계청 2020년 조사 기준)의 코티하 행정 책임자인 피게로아 시장은 카르텔의 폭력 행위에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던 인물이다. 2021년 선거로 코티하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된 바 있다.
카르텔 폭력행위에 강경대응해 온 탓에 줄곧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작년 9월에는 가족과 인근 할리스코주 사포판을 찾아 쇼핑하던 중 무장 괴한들로부터 피랍돼 사흘 만에 풀려난 적 있다. 이후 당국은 피게로아 시장에 대한 개인 경호를 강화했다.
당시 납치범들의 신원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 언론은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소속 갱단원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번 사건의 배후 역시 CJNG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CJNG의 명령을 받는 ‘세포 세력’으로 알려진 ‘칼라베라스’라는 조직이 우리가 피게로아 시장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에 남겼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에서는 투표일 전후로도 20여명의 후보와 선거 운동원이 숨졌다.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은 갱단에 대한 무력 진압이 아닌 ‘사회보장 프로그램으로 빈곤에 맞서 싸우며 폭력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포옹 전략’을 선언해왔다.
하지만 그의 대선 공약이 무의미해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는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젊은이들이 카르텔 가입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범죄에 대해선 강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찰·사법 시스템을 손볼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정치인에 대한 만연한 폭력으로 두 여성 후보가 출마한 멕시코 대선이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