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윤슬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지구온난화'같은 환경위기론의 대두와 함께 인간에게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지역, 남미에서도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농가의 피해는 물론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 겨울 폐사한 꿀벌은 39만 봉군(蜂群·벌떼) 78억마리이다. 이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꿀벌의 약 16%에 달한다. 이처럼 꿀벌의 실종 또는 폐사는 매년 증가추세다.
충북도가 도내 양봉 농가 2573곳 중 중 44곳의 벌통 777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3개 농가의 벌통 1301개에서 꿀벌의 실종·폐사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농가를 기준으로 하면 52.3%에서, 벌통을 기준으로 하면 16.7%에서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다.
미국 역시 수십개 주의 양봉장에서 벌들이 사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이른바 꿀벌집단붕괴 현상이 잇따라 일어났다. 미국 양봉업자들이 키우는 꿀벌 4마리 가운데 1마리가 없어진 셈이다. 다만 곤충학자들은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농약과 같은 살충제가 주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특히 꿀벌의 집단괴사는 캘리포니아 주 지역에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최대의 농산물인 아몬드를 포함해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꽃가루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생태계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 벌떼 폐사 현상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은 물론이고 작년부터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다. 이탈리아 농민연맹(콜디레티)은 북부 이탈리아를 휩쓸고 있는 `벌떼 폐사 장애(CCD)’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이미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의 생존 기간은 4년이 넘지 못할 것”이란 말을 남겼다.
콜디레티는 모든 농작물의 3분의 1은 곤충의 수분을 통해 이뤄지며, 그 가운데 꿀벌이 수분의 80%를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벌꿀 산업뿐 아니라 사과, 배, 복숭아, 체리, 멜론을 포함한 대부분의 과일 재배가 황폐화될 것이다. 게다가 식물이 황폐화되면 식물을 주식으로 먹고사는 쇠고기 생산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결국 인간생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꿀벌 개체수 급감위기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지가 힘들어진 양봉농가들이 대거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과 온난화 그리고 국내 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카시나무의 ‘황화현상(나뭇잎이 누렇게 변해버리는 현상)’이 주원인이다.
꿀벌은 꿀을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곤충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모리스 메테를링크가 20년간 꿀벌 생활상을 관찰하고 쓴 책인 ‘벌’이란 책에서 “벌들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불가사의한 부분의 복사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과 비슷한 문명 수준에 다다를 수 있었던 유일한 생물이 바로 꿀벌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꿀벌의 실종·폐사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5개 기관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상이변에 대응하고 새로운 밀원식물(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식물)을 개발함으로써 꿀벌과 꿀벌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가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맞지 않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명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