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혜주 기자]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이자 천재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숨어서 그림을 그린 '비밀의 방'이 500년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에 따르면 피렌체의 메디치 예배당 지하에 있는 비밀의 방이 오는 15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방문객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비밀의 방'이 1975년 발견된 이후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발견 이후에도 대중의 접근은 차단돼 왔으며 학자나 언론인 등 소수만이 예외적으로 출입할 수 있었다.
2018년 왕세자였던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방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공간은 오는 15일부터 대중에 공개되지만, 방식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한 번에 4명씩, 매주 최대 100명만 입장할 수 있고, 머무는 시간도 최대 15분으로 제한된다. 이는 공간이 협소한 데다 조명 노출 시간이 길어질 경우 작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내년 3월 30일까지 이곳을 대중에게 개방한 뒤 연장 여부와 방문객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비밀의 방은 길이 10m, 너비 3m, 높이 2.5m 크기의 작은 공간이다. 미켈란젤로는 이곳에서 숨어 지냈는데, 1530년 메디치 가문을 피렌체에서 쫓아낸 공화정을 미켈란젤로가 지지했다는 이유로 클레멘스 7세 교황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1975년 당시 메디치 예배당의 관장이었던 파올로 달 포제토가 이곳을 발견했다. 포제토는 늘어나는 방문객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출구를 찾던 도중 옷장 아래 숨겨진 다락문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뒤에는 석탄이 가득한 방으로 이어지는 돌계단과 두 겹의 석고벽이 존재했는데, 이를 제거하자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섬세한 목탄 그림 60∼70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이 그림들이 실제로 미켈란젤로가 그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대다수는 이 그림들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봤지만 일부는 당시 이미 50대에 이르렀고 강력한 후원자까지 거느린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밀실에서 시간을 보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현 관장인 파올라 드아고스티노는 “(당시 관장이던 포제토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굳게 믿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