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국내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이 탈중국 전략광물 공급망 기업으로 부각하면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 안보 차원에서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면서 주요 인사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아연제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역시 고려아연 전략광물 투자 현장 점검을 위해 제련소를 방문하는 등 보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달 말 울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게르마늄 공장 신설 준비 현황을 점검하고, 전략 광물 및 귀금속, 반도체 황산 등 생산 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8월 경제 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제련소 방문은 이에 대한 후속 행보로 보인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원 무기화와 국가 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전략광물과 희소금속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의 판단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 산업이자 탈중국 전략광물 공급망의 한 축을 이루는 주요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임직원 여러분 역시 국익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 등 국제 정세 급변 등으로 전략광물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경제 우방국의 탈중국 공급망을 형성하는 핵심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생산해 왔으며, 최근에는 게르마늄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전략광물 뿐만 아연과 연,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부각하는 모습이다.

실제 추석 연휴 직전 고려아연은 앞서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범위 확대와 신규 지정을 요청한 '아연 제련 공정에서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이 산업통상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최종 포함됐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기술과 경제적 가치 등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시 국가안보와 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계 법령인 산업기술보호법 등으로 철저하게 보호한다. 이번에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추가한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은 아연 제련업계에서 매우 희소한 기술로 고려아연만이 유일하게 상용화하며 경쟁사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아연 등 비철금속은 물론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공급망 기업으로의 존재감이 부각하자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온산제련소 현장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미국 전직 의원들로 구성된 포머 멤버스 오브 컨그레스(FMC) 대표단이 제련소를 방문해 한국 제조업과 전략광물 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려아연 역할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9월 30일에는 김두겸 울산시장이 온산제련소에서 ‘10월 월간업무계획 보고회’를 열고 세계 공급망 재편과 산업 대전환 속에서 울산의 신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게르마늄 공급망 협력 MOU는 특정국 의존을 낮추고, 경제 안보형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고려아연의 행보가 더욱 분주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는 물론 대미 투자 확대 등이 점쳐진다. 앞서 최윤범 회장은 지난달 싱가포르 매체 '더월드폴리오(The Worldfolio)' 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비중국산 가공 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분명해졌으며, 이는 심각한 경제 및 공급망 취약성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우려되는 문제"라며 "고려아연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엄선된 기업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