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가 뉴욕주와 버몬트주 등에 설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15억 달러(약 2조64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으며, 향후 몇 주 안에 글로벌파운드리의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 오하이오 설비 건설·확장 사업에는 지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지원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는 현재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및 항공 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셧다운 상황으로 고통받아야 했다"며 "오늘 지원으로 그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미국 정부의 이같은 반도체 산업 지원은 장기 침체를 겪어 온 반도체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종 협약은 실사를 거쳐 확정되며, 이후 지원금은 단계별로 지급될 예정이다. 인텔,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170개 이상의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설비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함께 반도체법을 자신의 경제 분야에서 주요 성과로 내세워 왔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달 7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마지막 국정 연설 이전에 주요 지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이번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2022년 제정한 약 53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 반도체법의 일부다. 해당 법안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반도체 지원금이란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연구 시설을 짓는 기업에 그 비용의 5~15%를 미국 정부 돈으로 주겠다는 것.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22조3000억원을 들여 미국 텍사스 주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의 경우, 최대 3조4000억원을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쪽에서는 세계 탑급이지만, 반도체를 만드는 건 우리나라·대만 기업 등 일부에만 맡겨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때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데다, 언젠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며 자국에 공장을 유치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또 미국의 이같은 지원은 국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강화하려는 것 외에도, 엄격한 수출 통제 등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국이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를 군사 작전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F-35 등 미군 전투기용 반도체를 만드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에 처음으로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고, 지난달에는 자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를 두 번째 수혜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 테라다인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에 있는 제조시설을 철수, 말레이시아로 이전하기도 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으로 주로 자동차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최대 주주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이다. 반도체의 보조금 추가 수혜 대상은 미국 인텔,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이 손꼽힌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를 건설하고 있고, TSMC는 애리조나주에 2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제 2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중에 오하이오주와 애리조나주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합지역으로 손꼽힌다.
한편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첨단반도체 설비 5%이상 실질적 확장 금지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 △생산 공정, 이익전망, 회계자료 제출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