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탑재로 출시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아이폰16 시리즈 사전 예약 판매량이 생각보다 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될 예정인 탓에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아이폰의 인기가 저조하면서 반사 효과로 내년 초 공개할 삼성전자의 갤럭시S25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아이폰16의 시장반응이 생각보다 냉담하자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애플 자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대만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 궈밍치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아이폰16의 사전 주문 판매량이 첫 주말까지 약 3700만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15 시리즈 대비 약 12.7% 줄어든 숫자다. 관련 여파로 이날 애플 주가는 약 3% 하락했다.
아이폰16은 애플의 첫 AI 스마트폰으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으나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출시 후 한달 후에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통해 베타 버전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 발표하며 혹평을 받았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애플이 이렇게 미완성된 제품을 출시한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라고 낮은 점수를 주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영어로만 출시되는 것도 한계다. 애플이 발표한 사용 언어별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 일정에 한국어 버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애플은 영어 전용 ‘애플 인텔리전스’를 다음 달 내놓고 내년 초에 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등 외국어 버전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한국어 버전은 언제 나올지 공개하지 않았다. 한글로 이 기능을 쓸 수 없는 국내 사용자들에게는 애플 신제품이 ‘반쪽짜리 AI폰’ ‘무늬만 AI폰’이 되는 셈이다.
궈밍치는 특히 아이폰16 프로·프로맥스 모델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프로모델 사전 주문량은 아이폰16 프로가 아이폰15 프로 대비 27%, 아이폰16 프로맥스가 아이폰15 프로맥스 대비 16% 줄었다. 아이폰16과 16플러스 등 일반 모델군 판매량은 각각 48%, 10% 증가했지만, 아이폰16 프로 모델 수요 감소분을 채우지 못했다.
궈밍치는 "프로 모델의 판매 부진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출시일인 20일 곧바로 적용되지 않고, 10월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도 아이폰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에게 중국은 북미 다음으로 큰 시장이지만, 최근 애국 소비 바람이 불면서 지난 2분기 중국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6위로 내려앉았다. 애플이 중국 내 스마트폰 상위 5개 업체에 밀려 6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폰16시리즈는 지난 13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해 오는 20일 한국과 미국 등에서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사전 판매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애플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상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가 매년 9월 공개, 출시됨에 따라 애플생태계의 부품 공급업체들은 '상저하고'의 실적 패턴을 보인다.
3분기 실적부터 '아이폰 효과'가 일부 반영되기 시작해 4분기에 정점을 찍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6 시리즈 전 모델에, LG디스플레이는 프로·프로맥스 등 2종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납품한다.
또 삼성전기는 아이폰16 시리즈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패키지 기판 등을 공급한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 중이다. 특히 전 세대 모델인 아이폰15 프로맥스에만 공급해오던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 공급을 프로 모델까지로 확대했다.
애플은 다음달 업데이트 될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 버전부터 애플 인텔리전스 일부 기능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iOS 18에는 문자 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에 RCS 기능 지원이 포함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이용자 간 문자 메시지 규격이 달라 사용할 수 없었던 각종 텍스트 효과와 멀티미디어, 그룹 메시징 등이 가능해진다.
가장 관심을 모은 아이폰의 톡화 녹음 기능은 다음달 iOS 18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2007년 아이폰 탄생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통화 녹음' 기능이다. 삼성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폰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통화 녹음 사실이 상대방에게도 고지된다는 점이다.
아이폰으로 통화 녹음을 하려면 화면 우측 상단의 녹음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경우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녹음 사실을 고지한 뒤 통화 녹음이 시작된다. 녹음을 시작할 때는 '이 통화가 녹음 됩니다'라고 표출되고, 녹음을 멈출 때는 '이 통화는 더 이상 녹음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음성으로 나오게 된다.
반면 아이폰16 출시와 함께 막강한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앞서가고 있다. 올해 초 이미 자사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7월에도 AI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 된 ‘갤럭시Z폴드6·플립6′를 내놨다. 인터넷 연결 없이 지원되는 ‘실시간 통역’, 화면에 동그라미만 치면 실시간 검색이 가능한 ‘서클 투 서치’ 등의 기능을 기존 스마트폰에도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며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IT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내년 초 공개될 갤럭시S25 시리즈는 현재의 AI 기능이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되는 데다가 무게는 가벼워지고 두께는 얇아질 전망이다. 아이폰16프로가 199g(전작 대비 12g 증가), 아이폰16프로맥스가 227g(전작 대비 6g 증가)로 출시된 것과 대비해 삼성전자는 ‘슬림’ 버전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AI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굳힐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1위(19%)를 차지했다. 애플이 2위(16%), 중국 샤오미가 3위(15%)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