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함께 1조원 규모를 투자해 우리나라에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시설을 짓기로 협의했다.
또 한국·네덜란드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해 향후 5년간 첨단 반도체 분야 고급 인력 500명을 양성할 예정이다.
ASML이 반도체 제조기업과 해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퍼을' ASML이 연간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런 내용의 기업 간, 정부 간 협약이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첫 기업 방문으로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ASML을 찾았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네덜란드의 첨단 장비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양국 정부간 직접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12일(현지 시각) 열린 ‘한·네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는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네덜란드 통상개발협력 장관, ASML·ASM·자이스SMT·IMEC 회장 등이 참석했다.
우선 ASML은 삼성전자와 함께 1조원을 공동 투자해 초미세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팹(Fab)을 우리나라에 건립하기로 협약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Veldhoven)에 있는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편 양국 정부는 또 첨단 반도체 고급 인력을 함께 양성하기 위해 ‘맞손’을 잡았다. 양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하는 ‘한·네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를 신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아카데미가 생기면 한국의 반도체 관련 학생들과 재직자들이 네덜란드 ASML 본사는 물론 에인트호번공대가 제공하는 교육 기회를 얻게 돼, EUV 등 첨단 장비 운영 노하우와 관련 기술 개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양국 석박사 고급 인력 등 약 500명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세 공정을 개발하는 것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며 "ASML이 새로운 장비를 만들 때 삼성전자와 함께 테스트를 해 보는 등 좀 더 긴밀한 협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양국 간 합의한 ‘한·네 반도체 대화’ 신설을 통해 더욱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서 글로벌 1위지만, 반도체 장비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톱10 기업 중 한국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한편, ASML은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해 슈퍼 을이란 별칭을 얻은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30조원으로, 미국의 AMAT(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 2위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는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1015억2000만 달러에서 2030년에는 1879억1000만 달러(247조2707억원)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