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조일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별도 면담을 가졌다. 리 총리는 이번 방한 일정 중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따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이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고위급 인사와의 네트워크 강화에 힘써왔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오후 4시25분부터 5시5분까지 40분간 중국 대표단을 만났다. 삼성 측에서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최윤호 삼성SDI[006400] 대표(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사장), 양걸 삼성전자 삼성차이나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퍼블릭어페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은 우정롱 국무원 비서장과 진좡롱 공신부 부장,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 쑨예리 문화관광부 부장,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등이 자리했다.
이 회장과 리 총리가 만난 것은 19년 만이다. 리 총리는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한국을 찾았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리 총리에게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을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기간에 삼성전자 중국 출장 직원을 위한 전세기 운항 허가와 시안 봉쇄 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생산 중단 방지, 상하이 봉쇄 중 삼성SDI 배터리 핵심 협력사 조기 가동 등을 지원했다.
리 총리 역시 이날 이 회장에게 투자와 협력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한·중 산업체인 공급망은 깊이 얽혀 있다. 이미 당신 가운데 내가 있고 내 가운데 당신이 있는 이익공동체를 형성했다”며 “삼성의 대중국 협력은 양국의 상호 이익 상생 협력 발전의 생생한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 제조,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녹색 발전, 바이오 의약품 등 새로운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잠재력을 심화해 한·중 경제 무역 협력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상생 실현을 촉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최근 미·중 갈등에 따른 해외의 대중국 투자 위축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시장은 항상 외국 기업에 개방될 것”이라며 “우린 제도적 개방을 꾸준히 추진하고 시장 접근을 더 확대해 외국 기업의 관심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더 양질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고 더 많은 외국 기업이 안심하고 중국에서 투자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중국에서 발전을 견지하고 중국인이 사랑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중 상호 이익 협력을 위해 자신이 기여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3000여개 외자기업이 참여하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2018년 11월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았을 정도로 삼성에 관심을 쏟았다. 지난해 삼성 부스를 찾은 리 총리는 "수입박람회 1회부터 6년 연속 부스를 방문한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며 "삼성은 이미 훌륭한 기업이지만 중국에 왔기 때문에 더욱 잘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삼성의 중국 내에서 교육과 빈곤 퇴치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기업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 순위에서 삼성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2015년부터 중국 부빈기금회(빈곤퇴치기금)와 농촌관광사업을 육성해 마을의 자립을 돕는 '나눔 빌리지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편,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이 회장은 시 주석을 2005년 처음 만났으며, 이 회장이 2013년부터 5년간 중국 보아오 포럼 이사로 활동하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 발전 고위층 포럼에 참석해 핵심 관료들과 친교를 다졌고,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도 면담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2020년 5월 코로나19로 기업인의 해외 출장이 멈췄던 상황에서 중국 시안의 반도체 사업장을 현장 점검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 가운데 중국을 방문한 첫 번째 사례였다. 이 회장이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삼성그룹의 각성을 촉구한 곳도 코로나19 당시 시안의 반도체 사업장에서였다.
한편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처는 중국이었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주 지역(14조1301억원)보다 중국(14조7546억원)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1분기 주요 5대 매출처에서도 기존 미국의 퀄컴과 베스트바이가 빠지고 중국계 반도체 유통기업인 홍콩 테크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유통기업인 수프림 일렉트로닉스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