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를 축으로 한 일론 머스크의 이른바 ‘머스크 제국’에서 핵심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후회되는 이탈은 거의 없다”는 CEO의 여유 섞인 발언이 이어지지만, 안으로는 전략·영업·AI 인프라를 담당해 온 고위 임원들이 연속적으로 빠져나가며 구조적 피로와 균열이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월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뉴스에 따르면 테슬라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라지 제가나탄 부사장이 최근 사직했다. 제가나탄 부사장은 테슬라에서만 13년을 근속했다. 테슬라가 2003년 설립된 것을 고려하면 회사 역사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 온 셈이다.
테슬라, 13년 베테랑 떠나고도 “문제 없다”?
라지 제가나탄 부사장은 최근 링크드인을 통해 사직을 공식화했다. 그는 IT와 인공지능(AI) 인프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정보보안까지 책임져 온 핵심 임원으로, 2023년 북미 판매 책임자 해임 이후에는 판매·서비스 조직까지 겸임하며 사실상 ‘멀티 포지션’을 떠맡은 상태였다.
제가나탄 부사장은 “테슬라에서의 여정은 끊임없는 진화 과정이었다”며 짧은 작별 인사만 남겼고, 회사와 본인은 구체적인 퇴사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CNBC는 테슬라가 핵심 인력들을 구조조정과 재배치 속에서 과도하게 압박해 왔다는 내부 분위기와, 최근 몇 년 새 실적·브랜드 평판이 동시에 흔들리는 가운데 임원진 피로가 누적됐다는 점을 배경으로 짚었다.
xAI 공동창업자 12명 중 5명 이탈
머스크가 2023년 ‘반(反)오픈AI’ 기치를 내걸고 출범시킨 AI 스타트업 xAI에서는 공동창업자 레벨의 이탈이 더 눈에 띈다. 인도·미국·유럽 출신 AI 연구자 12명이 합류해 출범한 이 회사에서, 이고르 바부슈킨, 크리스티안 세게디, 그레그 양 등 공동창업자들이 2025년부터 차례로 회사를 떠났고, 2026년 2월에는 우위화이(토니 우) 공동창업자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와 테크 매체 보도에 따르면 xAI 공동창업자 12명 중 최소 5명이 이미 회사를 떠난 것으로 집계된다. x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취임 3개월(약 102일) 만에 경쟁사 오픈AI로 이적했고, 법무 총괄 역시 약 1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며 최고위 C레벨 포지션은 잇달아 공석 또는 교체 상태를 겪고 있다.
토니 우는 공개된 메시지에서 “머스크와 함께한 여정에 감사하며, AI로 무장한 소규모 팀이 산을 옮길 수 있는 시대에 내 다음 챕터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혀, 공식적으로는 합병이나 내부 갈등이 아닌 ‘작은 팀’ 선호와 개인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러나 xAI가 스페이스X와의 결합, 조직운영 논란을 둘러싸고 외부 비판과 내부 피로가 쌓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설명만으로 인재 유출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후회되는 이탈 거의 없다’는 머스크, 시장은 다르게 본다
머스크는 최근 X에 올린 글에서 “후회되는 이탈은 거의 없다”고 언급하며 임원 줄퇴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떠나는 인재에 대한 일종의 ‘쿨한 척 거리두기’로 읽히지만, 시장과 업계의 시선은 보다 차갑다.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에서는 북미·유럽 생산 운영 총괄 오미드 아프셔 부사장, 북미 인사 책임자 제나 페루아, AI 최고 책임자 밀란 코박 부사장, 배터리 부문 최고임원 비니트 메타, 소프트웨어 수장 데이비드 라우 등이 이미 줄줄이 회사를 떠난 상태다. 이러한 고위직 공백이 계속되면서 “머스크의 강압적 리더십과 정치적 발언, 대규모 감원과 구조조정이 핵심 인재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외 분석도 나온다.
CNBC와 WSJ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 감소하며 상장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고, 노후화된 전기차 라인업, 사이버트럭 생산 차질, 자율주행 완전 상용화 지연 등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CEO의 정치적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접한 관계, 극우 세력과의 연대 논란이 브랜드 선호도 약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실적·이미지·인재 모두에서 삼중의 압력을 받는 구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 제국의 다음 시나리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테슬라·xAI에서의 인재 이탈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2~3년에 걸친 누적 현상에 가깝다. 전기차 경쟁 심화, AI 개발 비용 폭증, 정치·사회적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머스크식 고강도 업무 문화와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게 다수 매체의 공통된 진단이다.
다만 토니 우가 언급했듯 “AI로 무장한 소규모 팀”을 지향하는 움직임은, 역으로 보면 머스크 제국 내부에서도 ‘거대 조직의 피로’를 직감한 인물들이 보다 민첩한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임원 줄퇴사는 머스크 개인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더 이상 전가의 보도가 아니며, 실적·문화·가치에 대한 설득력 있는 재설계 없이는 어떤 천재 CEO도 핵심 인재를 붙잡기 어렵다는, 냉정한 시대정신을 드러낸 이벤트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