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자사주의 매각을 늘리고 있어 최근 상승세 중인 미국 주식 시장이 곧 고점을 찍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와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러지 회장,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번 분기에 수억달러 어치의 자사주 매각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술주가 이끌어 온 증시 활황이 정점에 다다른 신호로 분석했다.
투자리서치업체 베리티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내부자 유통 주식 매도 대 매수 비율이 2021년 1·4분기 이후 12개 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부상으로 촉발된 기술주 강세장이 곧 쇠퇴할 것이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찰스 엘슨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기업 지배구조 의장은 "만약 테크기업 CEO들이 지금이 정점이라 판단해서 매도한다면, 이는 모든 투자자에게 매도 신호가 될 것"이라며 "고위 임원이 대량의 주식을 판매하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보다 더 나은 투자처를 찾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1분기 대량 매도의 대부분은 빅테크 업계 경영진에서 나왔다. 피터 틸 회장은 이달 1억7500만달러(약 2347억원)를 매각했는데, 이는 2021년 2월 5억480만달러(약 6769억원)를 매각한 이후 최대 규모다.
베이조스 의장은 2월 아마존 주식 5000만주를 매각했는데, 85억달러(약 11조3985억원)에 달한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올해 주식을 2100만달러(약 282억원) 매도했는데, 2022~2023년 2년간 매도 규모인 2360만달러(약 316억원)에 맞먹는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수년간 수백만 달러어치 메타 주식을 매각했지만, 올해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며 매도세를 확대했다. 지난달 초 29만1000주를 1억3500만달러(약 1810억원)에 매각했다.
실제로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각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프랭크 슬루트만 전 스노플레이크 CEO는 사임을 앞두고 2월 초 6920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다. 슬루트만의 은퇴 발표 이후 스노플레이크 주가는 29% 하락했다.
벤 실버먼 베리티 연구담당부사장은 "기업 내부자 주식 매각은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부정적인 데이터 포인트로 본다"며 "특히 기술 부문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 유동성 창출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중 일부는 2022~2023년 동안 억눌린 수요이며, 원동력 중 하나는 주식 시장 성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