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테슬라를 경영하는 일론 머스크도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찬성입장을 피력했다. 이런 트럼프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폐지에 대해 한국 기업과 정부들도 대책마련에 본격 돌입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 내 에너지 정책팀이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회사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고, 15일 국내 증시에서는 배터리 관련주들이 급락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소비자가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입하면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를 세액 공제 형태로 지원받을 수 있다. 만약 이를 없앨 경우 캐즘에 빠진 전기차 수요가 더 위축될 위험이 있다.
특이하게도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머스크 CEO도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단 점이다. 그는 7월 X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을 거둬가라"며 "그게 테슬라를 돕는 길"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할 경우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한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IRA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다.
IRA는 미국에서 제조된 자동차와 배터리에 세제혜택을 준다는 미국 정부의 말을 믿고,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체는 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늘려온 바 있다. 이에 보조금이 폐지되면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테슬라엔 호재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적자에 시달리는 경쟁사들이 보조금 폐지로 고사 위기에 몰리면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승자로 남을 확률이 크단 이유에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보조금 폐지를 지지한 이유에는 '큰 그림이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현재 전통 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전기차 사업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세액 공제가 있어 간신히 손실을 줄이는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끊긴다면 적자는 더 커지고 전기차 사업은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전기차 흑자를 내는 유일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로선 경쟁사들이 어려워질수록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머스크 역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테슬라는 약간의 타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GM이나 포드 같은 기존 자동차 회사를 포함한 전기차 경쟁사들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전기차 산업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하지만 테슬라에겐 엄청나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엔 규제 완화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계획을 가속할 수 있단 기대도 깔려있다.
한편 로이터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보도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 ‘소비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에 한정돼 있기에) 미국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정부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왔으며, 향후 미국 측과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IRA 폐지가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안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이 존스홉킨스대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IRA를 폐지하면 경제적 손실 규모가 1300억 달러(약 18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자리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IRA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30만개를 창출했으며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150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하는 제조업 관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