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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AI 노출 직종’ 공고 56% 증발…韓·中 MZ의 첫 직장이 사라진다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한국에서 인공지능(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종의 채용공고가 불과 3년 만에 절반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생성형 AI가 동아시아 주요 경제권의 고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bloomberg, CNBC, jingdaily, kdi.re.kr, Innodis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프로그래머와 신입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단가 하락과 근로시간 축소, 청년 실업률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AI발(發) 일자리 쇼크’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 ‘AI 노출 직종’ 채용공고 3년 새 56.3% 급감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 통합 플랫폼 ‘고용24’에 올라온 788만여건의 구인 공고(2019~2025년)를 전수 분석한 결과,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34개 직종의 채용공고는 2019년 7만 2,682건에서 2022년 10만 4,441건으로 증가한 뒤 2025년 4만 5,675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3년 사이 감소율이 56.3%에 달해, 같은 기간 플랫폼 전체 공고 감소율(33.8%)을 크게 상회했다는 점에서 AI가 특정 직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34개 직종에는 회계 사무원, 사무 보조원, 데이터 입력 담당자, 경리·회계 보조 등 전통적인 사무·관리직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들 직무는 문서 작성과 숫자 정리, 반복적 보고서 작업 등 생성형 AI와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업무가 핵심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의 38.8%는 현재 수행 업무의 70% 이상이 자동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통계로 포착되기 시작한 채용 감소는 AI 충격의 초기 파동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타격은 IT 직군에도 본격적으로 번지고 있다. 고용보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3월 6만 5,441명이던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통합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2025년 12월 6만 322명으로 1년 9개월 새 5,119명(7.8%) 줄었다. 같은 기간 고용보험 가입자 전체는 약 22만명 늘었던 만큼, 개발자 일자리만 역행하며 줄어든 셈이다.

 

청년층의 일자리 상실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연구에서는 챗GPT 상용화 이후 4년간 15~29세 청년층 일자리 25만 5,000개가 사라졌고, 이 가운데 98%가 AI 노출 직종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역시 “AI의 대체 가능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사무·회계·인사직의 구조적 축소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프로그래머 단가 반토막·청년 실업률 7.7%


중국에서도 AI 확산의 직격탄은 신입·초급 화이트칼라에 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언론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산둥성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의 사례를 통해 “예전에는 1만 위안을 받던 프로젝트가 지금은 5,000위안도 받기 어렵다”며, 의뢰인들이 “AI가 공짜로 코드를 짜준다는데 왜 그렇게 비싸냐”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시니어 개발자는 자사 코드의 30% 이상이 이미 AI로 생성되고 있으며, “향후 3년 내 프로그래머 90%가 필요 없어질 수 있다”고 전망해 논란을 낳았다.

 

초급 사무직·콘텐츠 직종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언론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안후이성의 24세 미디어 종사자 리리는 AI가 카피라이팅과 영상 편집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면서 주 5일 출근이 3일로 줄었고 월급도 5,000위안대에서 3,000위안 안팎으로 감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개편한 고용 통계를 분석한 블룸버그와 더 비즈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026년 3월 기준 7.7%로, 통계 방식 개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AI 도입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올여름 중국 노동시장에는 1,270만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졸업생이 쏟아질 전망이다. 인민일보계 매체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왕샤오핑 중국 인력·사회보장부장은 2026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AI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며 2026년 도시 일자리 1,200만개 신규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고, 음성인식·생성AI 업체 아이플라이텍(iFlyTek)의 류칭펑 CEO는 ‘AI 전용 실업보험’과 ‘해고 전 의무 유예기간’ 도입을 공개 제안했다.

 

‘기술 문제가 아닌 거버넌스 문제’…정책 패러다임 전환 압박


양국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충격을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거버넌스 과제”로 규정한다.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주쉬펑 교수는 연합조보 인터뷰에서 “일자리 보호를 위해 기술을 제한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면서도, 고용 충격이 집중되는 단기 구간에 대한 사회적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양회에서는 AI 도입 기업에 대한 해고 유예 의무, AI로 인한 고용조정 시 별도의 보험·보상제도를 부과하는 방안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중간 허리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30대 중후반 경력직이 AI 스킬을 갖춘 신입·주니어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선 기업 사이에서 이중의 압력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국회예산정책처(NABO) 등의 분석에 따르면, AI 관련 채용 수요는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하고 비(非)수도권에서 200% 이상 늘어났지만, 전체 채용 수요는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져 “AI 일자리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등 국내 연구기관은 공통적으로 “현재 데이터만으로 AI가 실제 고용을 얼마나 대체했는지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특정 직종·계층에 충격이 집중되는 ‘불균형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무·회계·콘텐츠 제작 등 진입장벽이 낮고 문서·코드·이미지 등 디지털 결과물로 환원되는 직무에서, 신입·청년, 여성·파트타임 노동자가 가장 먼저 밀려나고 있다는 점은 포착하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한국과 중국의 ‘AI발 채용 절벽’은 기술 발전의 속도보다, 사회가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분배·조정하느냐에 달린 정치경제적 문제에 더 가깝다. AI 도입을 되돌릴 수 없다면, 어느 직종·세대가 얼마만큼의 고통을 감내하고, 어떤 제도·재교육·안전망으로 이를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본격적으로 정치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수치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를 알리는 초읽음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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