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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법원 "총수 방패막이 변호사비, 기업 돈 안된다”… 롯데 신동빈發 오너 방어비용 '폭탄'에 재계 '적색등'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롯데 신동빈 회장과 총수 일가 수사 대응 변호사비를 법인 비용으로 인정해 달라는 롯데 계열사들의 시도가 1심에서 사실상 좌초되면서, 한국 재계 전반의 ‘총수 방어 비용’ 회계·세무 관행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결은 향후 대기업 총수 리스크 관리와 이사회·감사위원회의 책임, 그리고 세무조사·형사 리스크 대응 프레임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판결 핵심…‘총수 개인 방어’냐 ‘회사 업무 관련’이냐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 부장판사)는 롯데그룹 15개 계열사가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11개 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15곳 중 13곳의 청구를 기각하고, 1곳만 일부 인용했다. 소송가액은 약 63억원 규모로, 1심 기준으로는 사실상 세무당국의 ‘완승’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쟁점은 간명했다. 2016년 검찰 및 박영수 특검의 롯데그룹 수사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지출한 변호사 비용·법률 자문료를 회사의 ‘업무 관련 비용’으로 볼 수 있느냐, 따라서 법인세 계산 시 손금산입(비용 인정)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법원은 “총수 일가의 위법행위에 대한 형사 수사 방어를 위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통상적인 사업 활동과 직접 관련된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이 비용을 법인세 공제 대상에서 배제한 세무당국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서 문제된 롯데의 ‘뇌물 제공’ 부분에 대해, 법인이 아니라 신동빈 회장을 뇌물공여 주체로 특정해 기소한 점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신 회장은 이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은 바 있으며, 이는 ‘개인의 형사책임’이므로 그 방어 비용을 회사가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논리다.

 

2016년 롯데 수사와 법률비용 구조


이번 분쟁의 발단은 2016년 검찰과 특검의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였다.

 

2016년 6~10월=검찰이 신동빈 회장과 총수 일가를 상대로 기업 사유화, 계열사 부당 지원, 세금 탈루 등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2016년 10월~2017년 4월=박영수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롯데의 제2롯데월드 면세점 특혜, 뇌물공여 혐의를 집중 조사

 

이 과정에서 롯데 계열사들은 검찰·특검 조사 대응을 위해 대형 로펌과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수사·재판 단계에서 상당한 규모의 변호사비와 법률비용을 지출했다. 롯데 측은 이 비용을 각 계열사 재무제표상 ‘법률 자문료’ 등으로 계상하고, 세법상 손금으로 처리해 법인세 과세표준에서 공제했다. 그 결과 과세 대상 이익이 줄어들면서, 법인세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세무당국의 분석이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통합 법인세 세무조사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세무당국은 “수사 대상이 된 행위의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신 회장 및 총수 일가 개인이며, 경영권 분쟁 관련 고소·피고소 사건 역시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분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해당 법률비용을 ‘사익 방어 비용’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 비용을 세법상 손금불산입 처리하고, 약 63억원의 추가 법인세를 부과했다.

 

법원의 판단 논리… 어디까지가 ‘회사 이익’인가

 

롯데 측은 소송에서 “수사기관이 계열사와 임직원 전체의 경영 활동 적법성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본 만큼, 계열사 차원에서 방어할 필요성이 있었고, 따라서 법률비용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즉, ‘총수 방어’와 ‘회사 방어’가 사실상 분리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크게 두 축에서 선을 그었다. 즉 특검과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은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등 개인 형사책임에 있었다고 보았다. 특히 특검이 공소장에서 뇌물 제공 주체를 법인이 아닌 ‘개인 신동빈’으로 특정한 점을 들어, 비용의 성격을 ‘개인 방어’로 규정했다.

 

또 하나는 회사 이익과의 관련성이다. 재판부는 “회사 차원에서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범위 내여야 한다”고 못박았다. 총수 일가의 위법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법률비용은 회사의 통상적 사업활동과 직접 관련된 비용으로 보기 어렵고, 주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법원은 계열사 한 곳에 대해서는 일부 쟁점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제한적으로 승소를 인정했다. 해당 계열사는 직원 복리후생을 위해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에 사업장을 무상 제공했고, 그 공간에 안마의자·자판기 등을 설치해 시중보다 낮은 가격으로 운영한 점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를 “정당한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복리후생 관련 부분에 한해 비용 인정의 문을 열어줬다.

 

이번 판결, 기업지배구조와 세무·형사 리스크 관리에 주는 메시지


이번 판결이 갖는 무게는 63억원이라는 세액을 넘어선다. 국내 대기업들의 ‘총수 리스크 대응’ 방식, 특히 변호사비·법률비용 처리 관행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총수 개인 비리 방어 비용의 법인 전가에 대한 경고다. 이미 삼성, SK, 한진 등 주요 그룹에서도 과거 총수·오너 리스크와 관련한 변호사비, 관련 컨설팅 비용을 어느 범위까지 법인 비용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반복돼 왔다. 이번 롯데 판결은 “특정 임원의 위법행위가 회사 이익과 분리 가능한 개인 범죄로 평가되는 경우, 그 방어 비용은 세법상 법인 비용이 될 수 없다”는 기준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이슈는 거버넌스의 문제다. 즉 이사회·감사위원회의 감시 의무 강화 압박이다. 상장사에서 대규모 형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총수·경영진 방어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승인하고, 어떻게 공시·회계 처리할지에 대한 책임이 높아졌다. 특히 사외이사·감사위원에게까지 ‘총수 개인 방어 비용을 회사 비용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방치했는지’ 여부가 사후 책임 논쟁의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형사 리스크 관리의 분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형 로펌과의 수임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법인 방어’와 ‘총수 개인 방어’를 계약 구조 상 분리하고, 비용 집행과 회계 처리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부각된 것이다. 수사 초기부터 “어디까지가 회사 이익 방어이고, 어디부터가 오너 개인 방어인가”를 명확히 나누지 못하면, 향후 세무조사에서 손금불산입·추가 과세뿐 아니라, 배임 논란까지 겹쳐질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의 향후 대응과 남은 변수


롯데그룹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항소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재계전문 변호사는 "1심 판결이 세법의 기본 원칙(개인 위법행위 관련 방어 비용은 회사 비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비교적 명확히 확인한 만큼, 상급심에서 판세를 뒤집기까지는 적잖은 법리·사실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이번 판결은 개별 사건을 넘어, 향후 대기업 수사 국면마다 반복될 수 있는 ‘변호사비의 성격’ 논쟁에 선례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특경법 위반 등 대형 사건에서, 법원이 “이 변호사비는 회사 방어인가, 총수 방어인가”를 가르는 기준으로 이번 판결의 논리를 원용할지 주목된다.

 

당장 기업 현장에서는 “총수 리스크는 사실상 회사 리스크와 얽혀 있는데, 세법과 판례는 양자를 엄격히 분리하기 시작했다”는 우려와 함께, 컴플라이언스 조직과 CFO 조직이 함께 나서는 ‘리스크 비용 분리 매뉴얼’ 마련 논의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총수의 형사 리스크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어느 수준까지 쓸 수 있는가”라는, 한국 재벌지배 구조의 오래된 숙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형사 책임의 주체가 개인인 이상, 그 방어 비용 역시 원칙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의 메시지가, 향후 오너 일가와 회사 간 비용 분담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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